30대 그룹 작년보다 6.3% 축소
7곳만 "신규채용 늘릴 것" 응답
올 투자금액은 136조로 늘어
정부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반대했던 재계가 신규 채용마저 2년 연속 줄인다. 더 이상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고용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금융그룹을 제외한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ㆍ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6.3% 줄어든 12만1,801명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규모는 전년대비 10% 감소했기 때문에 2년 연속 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전경련은 그러나 정규직 기준으로 30대 그룹의 총 근로자수는 지난해보다 1% 증가한 118만651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규채용이 줄어드는데도 총 근로자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는 퇴사하는 근로자가 새로 입사하는 직원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총 근로자수 증가 비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수년 내 신규채용 규모는 물론 총 근로자수도 모두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경련 조사결과 올해 신규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그룹은 7곳에 불과했고 감소하는 그룹은 19곳에 이른다.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그룹은 4곳이다. 전경련은 특히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60세까지 정년연장이 본격 적용될 경우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고용절벽’ 현상이 수년간 지속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감소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이 채용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이라며 “2년 연속 감소는 현실적으로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이날 230개 기업을 설문조사해 발표한 고용실태 결과도 고용절벽을 실감케 한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은 불황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기업(62.5%)보다 중소기업이(81%)의 부담이 더 컸으며, 인건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응책으로 신입 채용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는 응답(36.3%)이 가장 높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용절벽 현상을 극복하려며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고용절벽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본부장은 “30대 그룹 대부분이 중화학공업과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이라 단번에 채용을 늘릴 수 없다”며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창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입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30대 그룹의 총 투자금액은 지난해보다 16.5% 늘어난 13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가 전년보다 증가하는 그룹은 17곳, 감소하는 그룹은 11곳, 전년 수준은 2곳이다. 삼성은 평택 반도체라인 건설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 등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에 10조원 이상 투자한다.
LG그룹은 서울 마곡사이언스파크 건립에 2020년까지 4조원을,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고로 확대와 자동차강판 라인 증설 등으로 201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다. 전경련은 “지난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30대 그룹은 연초 투자 계획을 99% 집행했다”며 “올해도 정부가 규제완화 정책과 경제체질 개선에 힘써준다면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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