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오클랜드의 팻 벤디트가 3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손으로 우타자 저스틴 맥스웰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불을 끈 그는 4회초에는 왼손으로 좌타자 브랜든 벨트를 3구 삼진 처리했다. 지난 7시즌 동안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올 시즌 오클랜드로 옮긴 벤디트는 아직 빅리그 경력은 없지만 이미 유명인사다. 그는 메이저리그 140년 역사에서도 아주 드문 스위치피처(양손투수)다.
▦ 그가 데뷔한 2008년 싱글A 경기에서 스위치히터(양손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벤디트가 오른손으로 던지려 하자 타자가 좌타석으로 옮겼고, 다시 왼손으로 던지려 하자 타자는 우타석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자 심판협회는 ‘투수는 타자가 들어서기 전 어느 손으로 공을 던질지를 심판에 알려야 한다’고 정했다. 또 1개 이상의 공을 예고한 손으로 던져야 하고, 투수 타자 모두 한 타석에 한 번씩만 손과 타석을 바꿀 수 있게 했다. ‘벤디트 룰’이다.
▦ 스위치투수가 희귀한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번트 수비할 때나 불펜 피칭할 때 양손을 모두 연습해야 한다. 번갈아 던지니 투구 밸런스나 제구력을 잡기도 어렵다. 투구 폼이나 구속, 구질도 손에 따라 달라진다. 벤디트도 오른손으로는 오버핸드로, 왼손으로는 사이드암으로 던진다. 반면 좌타자, 우타자 관계없이 유리한 자세에서 공을 뿌릴 수 있고, 무엇보다 양손을 모두 쓸 수 있으니 투수 한 명으로 두 명의 로테이션 효과를 내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
▦ 한화 이글스의 최우석이 지난달 양손으로 전지훈련을 치러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스위치피처의 등장을 알렸다. 원래 왼손잡이였던 그는 중학교 때 어깨를 다친 이후 줄곧 오른손으로만 던지다가 김성근 감독의 지시로 양손투구를 시작했다. 오른손으로는 시속 140㎞대에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만 왼손은 구속, 구종이 아직 미흡하다. 양손글러브(손가락이 6개로 양끝은 엄지손가락용)를 끼고 마운드에 선 그가 올해 어떤 명승부를 펼칠지 기대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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