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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광주시에 뿔난 건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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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광주시에 뿔난 건축사들

입력
2015.03.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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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묵살 월드컵경기장 훼손… 특혜 의혹 감사결과도 왜곡"

광주지역 건축사들이 광주시에 단단히 뿔이 났다. 시가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표면보수 공사를 하면서 건축현장에 쓰인 사례가 없는 토목공법을 적용하는 바람에 경기장 외벽 표면이 심하게 갈려 상처투성이가 됐기 때문이다.

건축사들은 지난해 말 “설계자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준공 당시와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냈지만 시가 이를 묵살하고 공사를 밀어붙여 결국 월드컵경기장의 빼어난 건축미를 훼손하자 급기야 비판 성명서까지 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광주시에 건축사무소를 등록한 건축사 64명은 최근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 및 공법 선정에 대한 광주시의 감사 결과 왜곡 등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윤장현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광주시가 최소 비용(5억원)으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노출콘크리트를 복원할 수 있는 공법이 있는데도 이보다 15억원 이상 혈세가 더 들어가는 토목공법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특히 건축설계자의 의도를 훼손하는 보수공사를 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광주시민들의 명예는 물론 도시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노출콘크리트 전문보수업체가 제시한 공사비보다 15억원이나 더 주고 공사를 맡긴 것은 이른바 ‘관피아’와 결탁한 업자 밀어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건축사들이 자신들에 대한 각종 행정처분 권한을 쥔 시를 향해 이례적으로 비난 성명을 낸 배경에는 이번 보수공사를 둘러싼 광주시의 행보가 상식을 벗어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시는 지난해 말 공사 입찰 당시 특정 토목공법(4개)으로 공사를 하도록 못 박아 특혜 의혹이 일자,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던 월드컵경기장에 대해 “구조적으로 강도 약화가 의심된다”며 토목공법을 공사에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관실은 공법의 적정성에 대한 감사 결과를 토목공법에 유리하도록 전문가 의견 등 관련 사실을 축소ㆍ왜곡하기도 했다. 더구나 감사관실은 왜곡된 감사결과를 윤 시장과 일부 시의원에게 보고해 시장 등을 감쪽같이 속였는데도, 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건축사들이 감사 능력이 없는 감사관실 해체와 함께 공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 공법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건축사들은 또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윤 시장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왜 다른 지역에선 광주시가 목을 매고 있는 토목공법으로 (월드컵경기장)노출콘크리트를 보수한 적이 없는지 윤 시장은 깊이 따져보길 바란다”며 “15억원을 더 주고 쉬쉬하면서 관피아와 업체를 보호하는 게 과연 공익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시민 앞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축사는 “윤 시장이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하면서 이번 월드컵경기장 외벽 보수공사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항변도 하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단체장의 모습이 아니다”며 “감사관실 직원들에게 속임을 당한 시장이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무능하거나, 아니면 그들과 한통속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윤 시장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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