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멤버들… 이효희·장소연·문정원 승리 다짐
니콜 "떠나기 전 제주도 가족여행"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는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다. 도로공사는 프로배구 출범 원년인 2005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챔프전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도 10년 만의 감격이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관문 챔프전 정상을 향해 선수들은 신발끈을 풀 수 없다. 이들은 16일 본격적인 챔프전 준비를 위해 경기 성남에 위치한 팀 전용 체육관과 숙소로 돌아왔다. 선수들은 12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KGC인삼공사전을 끝낸 후 3일간의 달콤한 휴식을 가졌다.
한층 따뜻해진 봄볕을 쬐며 체육관으로 향하던 문정원(23)은 “벌써 6개월이 지나갔다”며 “이제 20일만 지나면 쉴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내달 4일로 예정된 챔프전 5차전까지 딱 20일이 남았기 때문. 문정원은 “4월 4일 예정된‘바이브 콘서트’에 가려면 20일 안에 꼭 승부를 내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함께 걷던 이효희(35)는 “언니가 그 안에 끝내줄게!”라며 문정원의 말을 받았다.
문정원은 올 시즌 V리그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챔프전에 대한 부담도 크게 다가온다. 그는 “솔직히 베테랑 언니들 사이에 묻어 가는 게 전부다. 챔프전까지 올라갔는데 경험이 부족해서 도움이 못되면 어떡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프로 4년차이지만 코트에서 막내인 문정원은 베테랑 언니들이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언니 파워’를 담당하고 있는 이효희와 장소연(41)은 오히려 우승에 대한 욕심이 크다. 이효희는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에 있을 때 챔프전 우승을 놓쳤다. 이번엔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고 힘 줘 말했다. 장소연 역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응원을 많이 하고 있다”며 “(딸이)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요즘은 ‘엄마가 몇 득점이나 했어’라고 칭찬한다. 덕분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야 하는 니콜 포셋(29ㆍ미국) 역시 “시즌이 끝나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제주도에 한번도 못 가봤다. 챔프전이 끝나면 가족들과 제주도에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공격수도, 높은 블로킹도 없지만 도로공사는 팀의 색깔처럼‘잔잔하게’ 통합 우승을 향하고 있다. 서남원(48) 도로공사 감독은 “챔프전 우승할 때까지 조용히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도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며 “정규리그 우승은 10년 전에도 해봤지만 챔프전 우승은 못해봤다.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기쁨은 아껴두고 나중에 더 크게 기뻐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성남=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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