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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다"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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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다"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첫 돌파

입력
2015.03.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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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도 경기 회복 불투명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정작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한은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 잔액규모는 800조7,26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현금 65조원, 요구불예금 143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70조5,000억원,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71조5,000억원,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16조4,000억원 등이다. 단기 금융상품에도 돈이 몰려 머니마켓펀드(MMF) 70조4,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9조1,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15조9,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3,000억원의 잔고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이하 연말 잔액 기준) 539조6,000억원에서 2009년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한 단기 부동자금은 이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높지 않은 수준에서 완만하게 늘었다. 그러다가 한은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내려앉은 2013년 단기 부동자금은 전년보다 7.0% 늘어난 712조9,000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연말 잔액이 794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11.5%로 전체 유동성 증가율(8.9%)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었다. 이달 12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동자금 팽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요인은 중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만한 기회가 적기 때문.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주요 자산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장기 금융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나 한은의 기대처럼 늘어난 시중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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