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유로화 가치는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럽산 차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1년 전과 비교해 몇 십만원 오른 차도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ㆍ유로 환율은 최근 1유로에 1,200원대가 무너지는 등 1년 새 2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의 공식 가격은 작년과 별반 다름이 없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개별소비세 인하로 올들어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에 대해서는 차값을 100만∼200만원 내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2,000㏄ 미만의 차에 대해서는 부분 변경 모델이나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일부 인기 차종의 차값을 오히려 소폭 올렸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도 본사의 방침이라며 연초 차값을 최대 2%가량 일괄 인상한 뒤 환율 변동폭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시차를 두고 가격에 환율 인하분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른 소비재들과 다른 자동차 가격의 움직임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차값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면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구조적으로 환율을 차값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환율만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면 시장 자체가 무너지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대로 원ㆍ유로 환율이 급격하게 오른다고 해도 환율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즉각 반영할 수는 없지 않냐는 설명이다.
수입차 업체의 이런 해명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ㆍ유로 환율이 내려가면 유럽산 차값이 싸져야 정상인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산차 업체는 독일 업체들이 차값을 직접적으로 내리는 대신 딜러 인센티브, 연구개발(R&D)비로 사용하는 듯 보인다고 추측했다.
독일 자동차업체는 유로화 가치 하락이라는 날개를 달고 올해 국내에서 딜러 인센티브를 늘리고 할인 판촉을 확대하는 등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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