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전시회
버려지는 포장지에서 상품의 잔상 포착
언뜻 보면 광고를 위해 한껏 멋을 부려 찍은 휴대폰 사진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한 종이 포장지다. 아이폰과 갤럭시 등 유명한 브랜드 휴대폰 포장지나 냉장고 포장지도 있고 계란 한 판, 천안호두과자, 배달용 닭튀김 포장지도 있다. 닭튀김 기름 자국도 그대로 사진에 담겼다.
사진작가 김도균(KDK)의 개인전 ‘p’가 5월 9일까지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도균은 포장지를 찍은 사진이 주목을 끌도록 표면적이 최소화된 철제 액자를 쓰고 주변의 벽을 반사율 18%의 회색으로 칠했다. 반사율 18%는 눈으로 볼 때 중간 정도의 밝기로 대상이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배경색이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니 포장지가 훌륭한 상품처럼 보인다.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포장지의 이미지를 전복한 것이다.
김도균은 지금까지 건물의 외부와 내부를 소재로 새로운 공간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찍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포장지가 만들어내는 공간 감각이 마치 그것이 둘러쌌던 상품의 잔상처럼 보이는 데 주목했다. 070-4676-7034
조각에 도전한 이모그래피 서예가 허회태
감정을 실어 글자를 쓰는 ‘이모그래피(이모션+그래피)’ 개념을 창안한 서예가 허회태가 19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모그래피 작품도 전시되지만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처음 공개되는 입체회화와 조각 연작 ‘비상비비상’이다. 허회태가 ‘생명력의 원천’이라 부르는 여성의 태반을 형상화한 이 조각은 플라스틱 틀 위에 한지로 만든 작은 입자를 수없이 붙인 것이다. 각 입자에는 “우주 에너지가 모여 소용돌이치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허회태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가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동아시아박물관에서 열었던 전시를 옮겨온 것으로 한국에서는 4년 만의 개인전이다. 이모그래피는 전통 서예에 회화 기법을 가미한 것으로, 거대한 종이 위에서 거칠게 붓을 움직이는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다. (02)588-3324
나전칠기의 역사 ‘조선의 나전-오색찬란’전
조선 초기 나전칠기에는 꽃과 덩굴 무늬가 반복적으로 새겨져 있다. 단순했던 무늬는 시간이 흐르면서 복잡하고 화려하게 변했다. 17세기부터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난이나 소나무가 회화적인 기법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전칠기가 대중화되는 19세기에 이르러 조선인들은 나전칠기에 한자로 수(壽)자나 복(福)자를 조각하거나, 사슴ㆍ거북 등 십장생, 민화의 상징 호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전복 껍데기보다 화려한 거북 등껍질이나 상어 가죽을 사용한 나전칠기도 있다. 물론 재료 자체가 구하기 힘들어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소비됐다. 하층민들은 나전칠기를 흉내내기 위해 쇠뿔을 갈아 만든 가루를 공예품에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각(華角) 기법을 쓰기 시작했다. 화각은 제작 비용도 저렴했지만 장식장에 그림을 직접 그릴 수 있었기에 특히 여성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나전칠기 문화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조선의 나전-오색찬란’전이 호림박물관에서 열린다. 15세기 옷상자부터 20세기 도시락통까지 다양한 시대와 종류의 나전칠기 공예품이 ‘오색찬란’한 빛을 뿌린다. 당초 궁궐의 공예품이었던 나전칠기가 일반 민중의 생활용품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통해 통해 살아 움직이는 전통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02)541-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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