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터널에 갇힌 한국기업 현주소
등급 오른 곳은 15곳에 불과
지난해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수가 대폭 늘었다. 15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강등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 373곳 가운데 56곳(15%)의 등급이 변경됐다. 41곳(부도 1곳 포함)은 등급이 하락했고, 15곳은 올랐다.
등급 하락 및 상승 건수는 1999년 이래 15년 만에 각각 최고,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등급 기업들의 부침이 심했다. 지난 한 해 투자등급 기업 가운데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34개로 전년(24개)보다 10건 늘었다. 등급이 오른 기업수는 15개로 2013년(25건)보다 10건 줄었다. 투기등급에서는 등급 상향은 단 한 건도 없었고 하향 조정이 7건이었다.
신용등급 강등은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기업들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두 번의 금리 인하 처방에도 3%대 성장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 안팎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며 “특히 작년에는 등급 하락 추세가 등급군 및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등급 상승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와 금융업이 각각 5건, 4건이었다. 하락 역시 제조(20건), 서비스(15건), 금융(6건) 순으로 많았다.
투자등급 업체 위주로 회사채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투자등급 내에서도 등급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투자등급의 마지노선인 BBB등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역대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작년 투기등급(BB+ 이하)에서 BBB등급으로 올라간 기업은 하나도 없었지만 BBB등급 내 6개 업체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취약업종인 건설·해운·조선업종의 등급 하향 추세는 다소 누그러들었다. 지난해 3개 업종의 등급 하향 건수는 11건으로 2012년(17건)과 2013년(16건)보다는 줄어들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등급 하향 가운데 취약업종이 차지한 비중은 매년 40%를 넘었고 특히 2012년에는 72.7%까지 치솟았다.
최근 3개 업종의 등급 하락세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하향 건수(11건)가 2010년(7개)과 2011년(8개)을 웃도는 수준이라 경기부진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양 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취약업종 가운데 6개 업체가 부정적 전망을 받았거나 하향검토 목록에 등록돼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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