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15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제1ㆍ제2 도시인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그리고 수도 브라질리아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진행됐다. 현지 언론은 전국 27개 주 가운데 최소한 17개 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위는 ‘자유브라질운동’(MBL) 등 시민ㆍ사회단체가 주도했고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비롯한 야당 의원과 당원들도 참가했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은 시위대는 대형 브라질 국기를 앞세운 채 비리 척결과 정치 개혁, 언론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했다. 일부 지역에서 친-반정부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였지만 큰 충돌 없이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노동자당(PT) 정권 퇴진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친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은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와 관련해 노동자당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탄핵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도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대통령 탄핵은 브라질에 이롭지 않다”고 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날 시위가 지난 2013년과 같은 국민저항운동을 촉발하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13년 6월 대중교통요금 인상 반대에서 시작한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패·비리 척결과 공공 서비스 개선, 복지·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시위 참가 인원이 1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확산하면서 호세프 대통령 정부 지지도가 30%대까지 추락했다.
한편, 지난 13일에는 노동자당과 가까운 중앙노동자연맹(CUT)과 빈농단체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 최대 규모 학생조직인 전국학생연합(UNE) 등이 주도한 친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친정부 시위에는 상파울루 시 4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2만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현장에서는 부패ㆍ비리와 신자유주의, 보수 성향의 미디어를 비난하는 구호가 등장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정부 전복을 노리는 쿠데타 시도에 반대한다는 구호도 나왔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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