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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DEO의 시대

입력
2015.03.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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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6가 이전 시리즈에 비해 달라진 점은 단연 디자인이다. 과거 소재는 플라스틱이었으나 S6는 금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나노코팅 기법으로 색상도 더 다양해졌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감(感)이 이전 시리즈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비로소 프리미엄급 디자인이 됐음을 자찬한다. 무선충전 시스템을 갖추고, 탈착형 대신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한 정도가 기능의 진화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일단 눈에 띄는 외양에 더 반응을 보인다.

▦ “갤럭시S6는 패션입니다.”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프랑스 파리 포시즌 호텔에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는 세계적 패션잡지 에디터들과 디자이너, 연예인 등 100여명이 초대됐다. 이 회사가 패션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를 별도로 마련한 것은 이례적인 마케팅방식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파워를 알리는 계기로 호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사실 이미 패션업계 인물들을 마케팅에 자주 활용해온 최대 경쟁사 애플보다는 다소 늦었다.

▦ 기업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기능이나 품질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그래서 최근 제조업체마다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협업하는 것이 추세가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담당 사장으로, 토마스 뷔르클레를 유럽 디자인센터 총괄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외국 유명 디자이너들을 활용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삼성전자도 얼마 전 세계적인 영국 디자인사 탠저린의 대표를 지낸 이돈태씨에게 디자인역량 강화책임을 맡겼다.

▦ 디자인은 운명적으로 변화를 전제한다. 디자인 전문가인 마리아 쥬디스와 크리스토퍼 아일랜드는 저서 <DEO의 시대가 온다>에서 “CEO의 시대는 가고 DEO(Design Executive Officerㆍ디자인경영자)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새롭고 유용한 제품, 장소, 소통, 경험을 창조하는 해법을 디자인으로 본다. DEO는 디자인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특성과 원칙을 잘 받아들인다. 창의력 상상력 순발력 분석력은 필수고, 변화를 즐기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하는 게 DEO의 기본 덕목이다. 현대 CEO에 필요한 역할 그 자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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