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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박 경장 母 "동료들 돌아와야 빈소 차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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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박 경장 母 "동료들 돌아와야 빈소 차릴 것"

입력
2015.03.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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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실종자 찾으려 바다로 "섬사람 모두가 죄인처럼…"

군경 수색 3일째 일부 잔해 수거만

지난 13일 전남 신안 가거도 해상에서 추락한 해경 헬기 실종자 중 처음으로 발견된 정비사의 시신이 목포로 이송됐다. 14일 오전 5시 10분께 순직한 박근수(29) 경장의 주검을 운구하는 해경 경비정이 목포항 삼학도 부두에 도착한 가운데 해경의 상징이 새겨진 흰 천에 덮힌 박 경장의 시신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전남 신안 가거도 해상에서 추락한 해경 헬기 실종자 중 처음으로 발견된 정비사의 시신이 목포로 이송됐다. 14일 오전 5시 10분께 순직한 박근수(29) 경장의 주검을 운구하는 해경 경비정이 목포항 삼학도 부두에 도착한 가운데 해경의 상징이 새겨진 흰 천에 덮힌 박 경장의 시신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환자를 이송하려다 13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 해상에 추락, 순직하거나 실종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B-511 헬기 승무원의 유가족들은 15일 사고해역을 찾아 눈물로 생환을 호소했다. 사고 당일 구조됐지만 끝내 숨져 목포 한국병원에 안치된 박근수(29) 경장의 어머니는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혼자 빈소를 차리겠냐”며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목포해경 경비함을 타고 현장에 도착해 수색상황을 지켜봤으며 날이 저물자 일부는 육지로 돌아갔다.

가거도 주민들도 삼삼오오 어선을 몰고 수색작업에 동참했다.

주민 A(57)씨는“어민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어선을 몰고 해상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주민을 이송하려다 사고를 당해 이곳 섬사람 모두가 죄인처럼 사람 만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490여명의 가거도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방파제를 부술 정도의 태풍에 가슴 졸여야 하고 궂은 날 환자라도 발생하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인데 이제 구조헬기마저 없으니 뭘 믿고 버텨야 할 지 난감해 하고 있다.

가거도 출장소 김혁재(40)씨는“하루 한번 다니는 여객선이 끊긴 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해경 경비정이나 헬기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겨왔다”면서 “주민들은 이제 뭍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허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기 승무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주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숨진 박근수(29) 경장은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박 경장은 더구나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던 터라 동료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실종된 장용훈(29) 순경은 같은 응급구조사와 결혼해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두고 있다. 동료들은 박봉에도 처가에 매달 용돈을 드렸던 효자로 장 순경을 기억하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였던 최승호(52) 경위는 주말부부를 자청하면서까지 구조업무를 묵묵히 수행한 맏형이었으며 백동흠(46) 경위는 해군에서 22년을 복무하고 해경으로 자리를 옮긴지 6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은 이날 B-511 헬기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3일째 계속했지만 사고해역의의 수심이 80m로 깊은데다 조류가 강해 일부 잔해를 수거하는 데 그쳤다. 군경은 동체가 발견되는 대로 잠수정을 투입, 본격 확인에 나설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해군함정의 음파탐지기와 심해잠수사 등을 동원해 헬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실종자는 헬기 동체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표류할 수도 있어 수색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헬기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12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2005년 도입한 팬더 기종으로 올해만 응급환자 50여명을 이송한 낙도의 생명줄이었다.

신안=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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