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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가입한다는데… 사드 문제 겹쳤는데… 중국판 세계은행 AIIB 참여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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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가입한다는데… 사드 문제 겹쳤는데… 중국판 세계은행 AIIB 참여 고심

입력
2015.03.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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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세계금융질서에 도전 간주

시진핑은 朴 대통령에 공개 러브콜

정부, 이달 말까지 의사 통보 시한

건설사 등 혜택 불구 결단 못 내려

‘중국 판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우리나라가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중국에 올해 말 출범예정인 AIIB 창립 회원국으로서의 가입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AIIB 전격 참여 선언에 대해 미국이 보인 불쾌감과 때마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등 군사ㆍ외교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층 난해한 방정식에 직면한 모양새다.

1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지에 대한 의사를 중국 측에 통보할 계획이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IIB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설립을 제안한 중국 주도의 국제 개발은행이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작년 10월 중국이 인도 등 21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의 AIIB 설립을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지난주 영국까지 총 28개국이 참여 의사를 통보한 상태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 논리를 넘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외교관계다. 미국은 중국이 AIIB 설립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본다. 지난주 영국이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처음으로 AIIB 가입 의사를 밝히자 “(미국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 “우리는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기술과 자금, 개발경험 등을 높이 사며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이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세계 양대 파워 사이에서 한쪽은 참여를 만류하고 다른 쪽에선 적극 구애를 받는 처지에 현실적 묘안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사드 문제까지 겹치면서 AIIB는 외교적으로도 단독 변수가 아닌 다차원 방정식의 변수가 됐다. 경우에 따라 하나를 얻고 다른 쪽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안보적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많은 사드와 달리 AIIB의 경우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가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게 사실이다. AIIB의 주요 회원국이 되면 향후 아시아 인프라 개발공사 과정에 우리 건설사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등 유무형의 실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IB 가입을 위한 유일한 걸림돌은 미국이라는 얘기다.

물론 민감한 시기를 일단 넘기고 AIIB 가 출범한 내년 이후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왕 참여할 거라면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지분 구성 등 기구 내 지위가 통상 창립 초기에 결정되는 탓이다. 창립 회원국이 될 경우, 한국은 이미 참여를 확정한 인도, 참여를 저울질 중인 호주 등과 중국에 이은 AIIB내 ‘넘버 2’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익을 종합 고려한 범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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