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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이기고 매너에서 진 오리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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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이기고 매너에서 진 오리온스

입력
2015.03.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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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이기고 매너에서 진 오리온스

고양 오리온스가 창원 LG와의 2014~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를 최종 5차전으로 몰고 가는 짜릿한 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무시한 오리온스의 어이없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4차전이 열린 14일 고양체육관은 홈 팬들로 가득 찬 가운데 플레이오프답게 LG의 원정 응원단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홈 팀은 원정 응원단에게 원정 팀 골대 뒤쪽의 좌석을 배려하는 것이 관례지만 오리온스는 광고 현수막을 내걸어야 하는 자리라는 이유로 LG 팬들을 사방으로 내몰았다.

LG를 통해 좌석을 예약한 약 1,200명의 LG 응원단은 경기장 네 귀퉁이 부근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주말 교통 체증을 감수하고 창원에서 버스 3대에 나눠 타 올라온 열혈 팬들은 경기를 서서 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관중들이 앉아야 할 양쪽 응원석에는 오리온스와 계약을 맺은 오리온스와 아디다스, 두 업체를 홍보하는 초대형 현수막이 덩그러니 내걸렸다. 광고판 부착으로 가려진 좌석만 약 1,500~2,000석에 이를 정도였다. LG는 “6시간 동안 올라온 팬들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오리온스는 “광고 계약을 위반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끝에 결국 티켓을 구입한 팬들만 선의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날 고양체육관을 찾은 LG의 응원단 1,200명은 대부분 고양, 일산에 거주하는 LG의 자회사 직원들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한 농구인은 “플레이오프에서는 LG를 응원하겠지만 잠재적인 고양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일침을 놓았다.

인천 전자랜드에 3전패로 6강에서 탈락한 서울 SK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원정 팬에 대한 물리적, 정서적 배려를 했고, 그 결과 전자랜드는 팬과 함께 하는 감동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패자 SK도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이유다. 홈 팀이라는 이유로 오리온스의 막무가내식 태도는 가뜩이나 인기가 땅에 떨어진 프로농구에 스스로 찬 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것이 농구계의 반응이다.

한편 4차전을 77-63으로 승리한 오리온스와 LG의 최종전은 15일 장소를 LG의 홈인 창원으로 옮겨 치러진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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