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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예방 신약이 '그림의 떡'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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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예방 신약이 '그림의 떡' 된 이유는…

입력
2015.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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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3종이나 출시 불구, 보건당국 건보 지출 부담 빌미

처방 축소·취소 압력 다반사… 환자들 "복용 별따기" 발동동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뇌졸중을 예방하는 항응고제 신약이 보건당국의 석연찮은 정책 때문에 제대로 처방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항응고제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심방세동) 환자들의 경우 피가 굳어서 혈관을 막지 않도록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핏덩어리(혈전)가 쉽게 생기기 때문에 혈관이 막혀 장기가 손상될 위험이 높다. 이게 바로 뇌졸중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존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인 와파린의 문제점을 개선한 신약이 국내에 3가지나 출시됐지만 보건당국에서 처방을 문제 삼아 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싼 값에 신약을 처방해도 보건당국에서 기존 약(와파린)을 쓰라며 보험 적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축소 또는 취소된 액수는 고스란히 병원이 떠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신약을 처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서민들은 비씬 신약을 구하기 힘들다. 한 알당 20, 30원인 와파린에 비해 신약 가격은 최대 125배가 넘는다. 환자들이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이 약을 하루 두 알 정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로서는 비싼 약값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의료계에 따르면 신약은 기존 약보다 부작용이 적다. 기존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 10명 중 7명은 뇌졸중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출혈이나 두통, 피부 반점 등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뇌 또는 복부 출혈로 심각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와파린은 복용법도 까다롭다. 녹색 채소와 과일, 콩, 두부, 계란노른자, 해조류, 술 등을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매일 같은 시간에 먹어야 하고, 복용량을 자주 조절해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들이 이를 잘 지키지 못하다보니 약효를 보기 힘들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와파린이 잘 듣지 않는 환자들에 한해 신약을 보험가로 처방하도록 허가했다. 문제는 와파린이 잘 듣는지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가령 특정 환자에 대해 의사가 더 이상 와파린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도 보험 심사자들은 복용법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신약 처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신약 처방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진짜 이유는 약값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50여년 동안 쓰여온 와파린에 비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만든 신약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보험 지출에 부담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한심장학회는 적절한 보험이 적용되도록 지난해 신약 처방 기준을 새로 만들어 제시했으나, 보건당국이 검토만 하고 있어 적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임홍의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개월 간 토론한 결과를 토대로 처방기준을 만들어 제시했는데 아직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며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뇌졸중이 박근혜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약속한 4대 중증질환의 주요 질병인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예방을 확대해야 환자가 줄어들어 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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