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백억 비자금 조성 의혹… 포스코건설 전격 압수수색
자원외교도 고강도 수사 중, 동시다발적 '칼바람' 예고
검찰이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 포스코 그룹이 해외사업을 통해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포스코 그룹은 이명박(MB)정부 시절 정권 실세와 경영진 간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이다. 검찰은 혈세 낭비 논란이 빚어진 MB정부의 자원외교를 둘러싼 고발사건에 대한 고강도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뒤늦게 전 정권에 대한 사정(司正)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3ㆍ9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2009~2012년 베트남 건설사업의 담당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려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관련 임원 2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은 지난해 자체 감사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으나 회사 측은 해당 임원들을 징계하거나 수사 의뢰하지 않고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포스코건설은 “(조성된 비자금이)현지 관행에 따라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됐으며, 이는 개인적인 일탈로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된 막대한 비자금이 국내로 유입됐고, 당시 경영진이 이를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비자금 규모가 최소 300억 원대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된) 베트남 사업 관련 의혹만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수사가 포스코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회장 시절 포스코플랜텍이 부도 위기였던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인수ㆍ합병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나, 지난해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한 포스코P&S 사건도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이 별도로 수사 중이었던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 출신 박모(52)씨의 수십억원 횡령 혐의 사건도 넘겨받아 병합 수사키로 했다. 사정당국과 업계에서는 정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경북 포항지역의 유력 기업인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아 과거 정부 비리에 본격적인 칼을 빼든 ‘정치권 발 사정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전날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중수사 대상으로 ▦해외자원 개발 배임 의혹 ▦방위사업 비리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을 거론, 사실상 MB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이날 검찰에 “부정부패 처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신속ㆍ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실패 사건 등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관련 고발 사건들을 특수1부(부장 임관혁)에 재배당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MB정부에서 결정된 하베스트 인수로 현재까지 1조3,300여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었다. 당초 자원외교 고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와 조사1부 등에 흩어져 있었으나, 권력형 비리 전담부서인 특수부가 진행하고 있다.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재계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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