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우리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큰 문제다. 난임 시술비를 지원해 임신ㆍ출산의 사회ㆍ의료적 장애를 없애야 한다.”(보건복지부 관계자)
“누가 난임 환자인지도 불분명하다.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도 많은데 엉뚱하게 난임 부부에게 혜택을 주려 하는가?”(시민단체 관계자)
2017년부터 난임 부부 시술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키로 한 것을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난임 치료비의 급여화, 즉 보장성 강화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이 지난해 12조 8,000억 원 흑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난임은 성관계를 정상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 임신하지 못한 경우다.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돈을 더 들여도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난임 치료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있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사실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난임 시술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43세 이하 여성에게 인공수정 6회, 체외수정 4회에 한해 건강보험에서 100% 지급한다. 독일도 불임수술 경험이 없는 25~40세 기혼 여성에게 인공수정 8회, 체외수정 3회에 한해 건강보험에서 절반가량 지원 중이다. 영국은 39세 이하 여성에게 체외수정 3회를 100% 보장하고 있고, 호주도 39세 이하 여성에게 체외수정 시술 1회당 일정액을 국고 보조하고 있다. 일본은 43세 이하 여성에 한해 체외수정을 연간 15만엔(150만 원 정도)씩 5년 간 지원하고, 냉동배아 이식은 7.5만엔(75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비용 대비 효과도 없는 분야에 이렇게 많이 지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한다. 난임 치료의 급여화는 보험료 인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돈은 돈대로 쓰지만 난임 부부에게 혜택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다. 게다가 치료 약물에 대한 비용효과도 증명되지 않았고, 다국적 제약사 1곳밖에 없는 난임 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다른 질환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 흑자 규모가 12조 8,000억 원이어도 급여비 3~4개월 치에 불과하다”며 “말도 안 되는 분야에 국민들의 소중한 보험료를 쓸 수 없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난임 약은 다국적 제약사 1곳의 약을 주로 쓰는데, 이 약이 제대로 난임을 치료하는지 명확하지도 않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나아졌다고 시급하지 않은 곳에 쓰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연간 7,500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 환자의 부당 수급과 건강보험 혜택만 누리고 떠나는 ‘외국인 먹튀족’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을 어느 곳에 우선적으로 쓸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눈 먼 돈이 아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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