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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급증은 과잉 진단 탓? 무증상 땐 초음파 검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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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급증은 과잉 진단 탓? 무증상 땐 초음파 검사 안 한다

입력
2015.03.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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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률 매년 25%씩 급증 불구 사망률 10만명당 0.7명 유지

환자들 수술 취소 등 부작용… 의사들은 "검진 필요" 반발

과잉 검진 논란을 빚고 있는 갑상선암을 알아내는 데 증상이 없는 성인은 초음파를 통한 갑상선암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제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갑상선암 국가검진권고안’을 마련, 다음달 대한의사협회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순한 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은 치사율이 높지 않을뿐만 아니라 조기 발견해도 사망률을 낮추지 못하고, 평생 호르몬 보충제를 먹어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이로 인해 지난해 3월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갑상선암 과다 진단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의료계에 촉구해 제정위가 마련됐다.

하지만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발병 급증은 조기 진단만으로 설명하기 곤란하고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도 있고, 치료계획은 제반 사정을 감안해 경제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며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재는 위험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을 집도해 온 외과의사들도 “일선 의료현장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암 환자가 수술을 취소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반대했다.

“갑상선암 급증, 과잉 진단 탓”

제정위는 지난해 8월 14일 공개한 초안처럼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는 초음파를 통한 갑상선암 검진을 권고하지 않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제정위의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 검사는 권고하거나 반대할만한 의과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해 일상적 선별 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종 권고안은 ‘갑상선암 검진의 잠재적 이득’에 대해 ‘초음파 검사는 촉진(觸診)에 비해 갑상선 암의 조기 발견에 더 유리하므로 질병의 중증도 및 치료 강도(수술 범위, 방사선요오드 투여 여부, 갑상선 호르몬 복용 여부 및 용량)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로 했다. 초안에서는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진행이 매우 느리지만, 드물게 빠르게 자라는 일부 갑상선암의 경우 검진을 통해 조기 치료를 받음으로써 질병의 중증도와 사망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로 명시한 바 있다.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 권고안을 마련한 김열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과 과장은 “지난해 8월에 만든 초안이 바뀐 부분도 있지만 무증상 성인에서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과장은 “건강검진은 건강한 대중을 대상으로 권고해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득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검진을 포함한 예방적 의료서비스가 근거가 불충분하다면 일상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988~2011년 우리나라 암등록병원에서 보고된 암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합ㆍ분석한 결과, 갑상선암 발생률과 검진율은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갑상선암 진단 증가에도 불구하고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숫자는 거의 변하지 않아 갑상선암 발생은 과진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신상원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영국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기고한 ‘한국의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검진’이라는 글에서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병률이 매년 25%씩 폭증하는 이유는 암 검진을 권장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년 간 한국인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매년 25%씩 급증했지만, 지난 30년 간 갑상선암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과잉 진단 근거로 “한국에서 1㎝ 미만 크기의 갑상선암 비율이 1962년 6.1%에서 2009년 43.1%로 폭발적인 증가 양상을 보인 데 반해 같은 기간 갑상선암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영돈 가천의대 외과 교수는 “일본 논문에 따르면 1㎝ 이하로 갑상선 암을 진단 받은 후, 3㎜ 이상 커지는 경우가 5~10년에는 15.9%에 불과하지만 15년이 지나면 45% 이상에서 커졌다”며 “작은 갑상선암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 또한 ‘호랑이 새끼’라 내 아이를 해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키우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안에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마치 갑상선암은 증세가 있어야만 진단할 수 있고, 미세한 종양은 수술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호도하는데 검진 목적은 원래 조기에 문제를 발견해 생명을 보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에 비용과 생존율만 따져선 안 된다”고 했다.

갑상선암 95% 이상, 진행속도 느려

통상 갑상선암의 95% 이상이 진행속도가 느리다. 일부 빠르게 자라는 갑상선암의 경우 검진을 통해 조기에 치료를 받아 병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검진의 이점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아 수술하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를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 2.3% 정도가 목소리가 변하고, 7% 정도는 손발저림으로 지속적으로 칼슘제와 비타민D를 먹어야 한다.

제정위가 갑상선암 검진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검진 이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진을 받은 성인이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1㎝ 미만의 갑상선암 발견율은 높았지만 암세포의 임파선 침범 여부나 원격 전이 여부 등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갑상선암 환자(2012년 기준)는 여성 88.6명, 남성 17.3명이나 됐다. 갑상선암을 조기 진단하지 않는 일본(여성 6.5명, 남성 2.2명)이나 영국(여성 4.9명, 남성 1.5명)보다 15배 정도 많다. 초음파 진단을 많이 하는 편인 미국(여성 20.2명, 남성 6.4명)보다 4배 정도 많다. 하지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5~0.7명 수준에서 10년 넘게 유지돼 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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