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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임금, 배당, 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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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임금, 배당, 법인세

입력
2015.03.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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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갑자기 임금인상 전도사라도 된 듯한 모습이다.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운을 뗀 이래 9일 민자사업 간담회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까지, 이달에만 연일 세 차례나 공개적인 임금인상론을 역설했다. 골자는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돼야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옳은 얘기다.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의 체질을 내수 기여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꿔 안정적 성장을 기약하기 위해선 활발한 가계소비가 절실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9%에 달했던 증가세가 최근 3%로 가라앉을 정도로 글로벌 교역이 정체되자 주요국들도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에 부심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제한 양적완화와 함께 기업에 법인세 인하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며 강력한 유도책을 편 결과 17년 만에 최대폭의 임금인상(지난해 2.28%)을 이룬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안팎의 추세를 감안한다 해도, 최 부총리가 하필 이 타이밍에 임금인상 목소리를 높이는 속내를 도무지 종잡기 어렵다. 100가지의 타당한 명분이 있어도 기업은 절대로 장관의 연설이나 압력만으로 임금을 올리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을 통해 그만큼의 돈벌이를 보장해야 기업이 그걸로 임금을 올린다는 일종의 사회계약이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당근도, 사전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 요구만 앞세움으로써 공연히 벌집만 쑤신 격이 됐다.

지금으로선 재계가 최 부총리에 호응해 적극적인 임금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돈벌이 전망은 어두운데 입만 열면 고용과 투자 늘리라는 정부에 지친 상황이다. 거기에 원론 내세우며 임금까지 올리라니 “최악의 타이밍”이라며 대놓고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최 부총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임금인상론이 재임 중 나름대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알리바이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 부총리는 진작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가계소득 증대 필요성을 인정해왔다. 취임 후 근로소득 및 배당소득 증대 세제와 기업소득 환류 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 3대 세제’를 세법에 반영한 배경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유도세제(誘導稅制)로는 창고에 돈이 쌓여 있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가계로 돈 풀기를 주저하는 기업을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기껏해야 극소수 재벌 일가나 주식부자들에게 수백~수십 억원의 배당금 보따리만 더 안겨준 게 고작이었을 뿐이다.

메아리 없는 연설이나 압박, 충분한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는 유도세제를 통해 임금인상이나 기업이익의 가계 환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최 부총리는 이제라도 다른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옳다. 그 중 하나가 법인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익 환류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거둬 그만큼 가계의 세부담을 줄이거나, 더 이상 늘리지 않는 방식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 수익 역시 양극화 하는 마당에 법인세를 전반적으로 올리는 건 어렵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오히려 줄일 필요가 없지 않다. 그런 현실 등을 감안할 때 법인세 조정의 기본축은 현재 법인소득 2억 이하 10%, 2억 초과~200억 이하 20%, 200억 초과 22%로 돼있는 법인세율 구간을 소득 별로 좀 더 세분화하고, 고소득 기업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7조2,806억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가 올해 내는 법인세는 약 2조7,000억원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24.2%(지방세 포함)를 적용하면 4조2,000억원이지만, 연구개발(R&D) 등에 따른 세액공제 받은 결과 실효세율이 불과 15.56%로 낮아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감면 받은 1조7,000여억원은 지난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며 연봉 5,500만원 이상 모든 근로자가 부담한 추가 세액 총액과 맞먹는다. 공허한 임금인상론보다 법인세 조정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지름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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