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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우방보다 경제… 中 주도 AIIB 가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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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우방보다 경제… 中 주도 AIIB 가입 선언

입력
2015.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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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도전 중국의 손 들어준 셈

"영국 이달 말 정식 회원국 될 것"

美 일방적 결정에 불만 표시

호주도 "참여 검토" 입장 밝혀

영국이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공식 선언하자 미국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중국이 AIIB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질서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맹방인 미국이 아닌 중국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영국에 대한 미국의 거센 반발에 AIIB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도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영국, AIIB 가입 공식 선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정부 성명을 통해 “AIIB 설립 단계에 가입하는 것이 영국이 아시아와 함께 투자하고 성장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영국이 G7 중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영국이 AIIB 가입신청서를 보내왔다며 이달 말 영국이 정식으로 AIIB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IB는 올해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영국이 AIIB 참여를 전격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의 전통적 우방관계보다 경제 살리기라는 현실적 목표가 다급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취임 이후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양국 투자협정을 이끌어내는 등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오즈번 장관은 성명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일하고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우리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AIIB 가입에 노골적 불만

미국은 영국의 AIIB 가입 결정에 당장 비난을 하고 나섰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AIIB가 거버넌스와 환경ㆍ사회안전망과 관련해 이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영국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도 FT에 G7이 AIIB 대처 문제를 논의하는 와중에 영국이 사실상 자신들과 협의 없이 결정했다고 지적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은 중국이 AIIB를 통해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한 후 이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도구로 활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AIIB에 가입국이 늘어나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날 맹방인 영국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영국의 이번 AIIB 가입이 다른 동맹국들의 추가 가입을 부추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국으로서 핵심이익을 공유한다는 영국조차 AIIB를 가입하는 상황에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의 가입 결정을 막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가입 선언 이후 13일에는 호주가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미국 눈치보기 심해지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국빈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AIIB 가입을 공식적으로 권유했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반대로 지금껏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그 동안 중국의 AIIB 가입 권유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만큼 오히려 선도적 가입을 통해 AIIB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의 AIIB 가입이 막판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날 영국에 보인 강경한 비판에 우리 정부로서도 AIIB 가입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평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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