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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캡틴 포웰'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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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캡틴 포웰' 어디로 가나요

입력
2015.03.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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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32)은 특별한 존재다. 경기 시작 전 누구보다 일찍 코트에 나와 정효근(22) 김지완(25) 등 ‘젊은 피’들과 슈팅 훈련을 한다. 훈련 시간이나 경기 중에는 동료들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일 때면 어김 없이 “집중하자”(Focus)라고 외친다.

어느덧 전자랜드에서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포웰은 연고지 인천 지리도 잘 안다. 유도훈(48) 전자랜드 감독의 자전거를 빌려 삼산동 구단 숙소 아파트에서 체육관까지 출퇴근을 한다. 또 자전거로 동네를 돌며 대형마트에서 쇼핑하고 먹거리를 사먹는 것을 즐긴다. 혼자 힘으로 주문한 김밥과 치킨을 숙소로 가져와 동료들과 먹는 일도 다반사다.

팬들의 사랑 역시 남다르다. 전자랜드 팬들은 2시즌째 주장을 맡고 있는 포웰을 ‘캡틴 포’라고 부른다. 전자랜드가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쓸어 담을 때 체육관은 승리의 주역 포웰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포웰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화답했고, 코트를 빠져나가면서 일일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포웰은 정들었던 동료와 팬들 곁을 곧 떠날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인 동시 출전 제도 도입에 따라 현재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은 원 소속팀과 재계약 할 수 없고, 다시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포웰이 드래프트에 또 나온다고 해도 전자랜드로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외국인 선수 2명 중 1명은 반드시 193㎝ 이하로 선발해야 한다. 포웰의 공식 키는 195.8㎝이다. 그렇게 되면 포웰을 뽑는 팀은 다른 1명을 193㎝ 이하로 뽑아야 한다. 기량이 뛰어난 포웰이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 열세를 감수하고 선발할 팀은 없어 보인다. 또한 현재 규정에는 외국인 선수와 최대 3시즌까지만 계약할 수 있다는 장치도 있다. 프로농구에서 프랜차이즈 외국인 선수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이 규정을 잘 알고 있는 포웰은 씁쓸해했다. 그는 “나쁜 규정”(Bad Rule)이라며 “그 동안 각자 팀에서 이뤄놓은 것이 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적잖은 외국인 선수들을 한국 농구에서 떠나게 만드는 제도”라고 아쉬워했다.

한 팀에서 오래 몸 담은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구단, 팬들은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은 묵묵부답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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