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가수들의 숨은 '봄 캐럴' 뒤져보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올봄에도 차트 상위권에 올라왔다. 올해까지 4년째, '벚꽃연금'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지금은 대중스타가 됐지만, 버스커버스커의 모태는 인디음악이다. 벚꽃축제에 놀러 갔다가 탄생한 한 청년의 곡이 미디어의 힘을 타면서 단숨에 국민 노래로 거듭났다.
조금만 찾아보면 '벚꽃엔딩'만큼 서정적이고 봄기운 가득한 인디 음악이 많다. 음악성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소규모 제작사의 역량 상 홍보 부족으로 흥행하지 못한 곡이 다수다. 인디 음악에 대한 대중의 이해력이 상향됐다 해도 아직까지 인디 가수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매년 듣는 '벚꽃엔딩'에 지쳤다면 이런 음악은 어떨까. '봄 캐럴'을 보유한 인디 가수들에게 해당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노래 감상 포인트를 추천 받았다.
1. 선우정아의 '블라썸'(Blossom)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걸그룹 2ne1 '아파'의 작곡가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GD & TOP, 이하이, 산이, 토이 등 다양한 앨범에 작곡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왔다. 메이저 음악에 뛰어난 역량을 보였지만, 정작 자신이 발표한 정규앨범은 비주류 곡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발표한 선우정아의 '블라썸'(Blossom)은 피아노 재즈 선율에 봄 가사를 입힌 곡이다. 라틴 리듬을 따왔지만 서정적인 멜로디 때문에 라틴 분위기가 묻어나지는 않는다. 드럼을 활용하지 않는 대신 입으로 구사하는 '똑딱' 소리가 경쾌한 박자를 살린다.
선우정아는 "연주곡을 처음 들었을 때 피아노가 '또르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 멜로디를 극대화 하려다 보니 봄을 노래하게 됐다. 편곡과 작사를 하는 내내 동산 위에 꽃들이 만개한 이미지를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가사를 붙이면서 내내 생각한 게 제주도 유채꽃밭이었거든요. 그 곳에서 꽃 향기를 맡으면서 감상하면 감동이 더 클 것 같아요. 제주도가 너무 멀다면 동네 작은 공원도 괜찮아요. 꽃이 만개한 곳에서 듣기를 추천할게요"
제주도는 3월 말에서 4월이 되면 유채꽃이 만개한다. 오는 27~29일, 4월 둘째주에 열리는 유채꽃 축제에 맞춰 들르면 색다르게 유채꽃을 감상할 수 있다.
2. 루싸이트 토끼의 '봄봄봄'
'봄봄봄'은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의 영태(본명 김선영)가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숙제로 작곡한 곡이다. 어쿠스틱 기타, 일렉기타 연주에 오르간 선율을 덧입혀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영태는 "오르간은 음이 쭉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연주가 이어지면 음색이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 좋아 자주 활용한다"고 말했다. 가사는 당시 좋아하던 이성을 생각하며 썼다. 20대 초반이 할 수 있는 조건 없는 사랑을 그렸다.
실용음악과 학생이던 영태는 친하게 지내던 동기 에롱(조예진)을 만나 루싸이트 토끼를 결성했다. 이들은 '봄봄봄'을 먼저 발표하고 2007년 1집 앨범으로 정식 데뷔를 치렀다. 올해 9~10월 예정 중인 앨범까지 더하면, 정규 4집을 발매하는 중견 가수다.

"평소 실내에서 밖을 바라보는 상태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요. 이 노래도 강의실이나 교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혹은 버스 안에서 일상 풍경을 보며 들으면 노래의 기분에 젖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의 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하면 큰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봄소풍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 야간코스의 경우 무정차 운행돼 봄 야경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3. 소란의 '자꾸 생각나'
지난 5일 발표한 4인조 모던록밴드 소란의 '자꾸 생각나'는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와 함께 한 듀엣곡이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 샘 옥의 랩까지 더해 곡의 밀도를 높였다. 장거리 커플의 연애를 달달한 멜로디로 묘사해 솔로가수 정기고의 듀엣곡 '썸'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곡을 작곡한 소란의 고영배는 "사실 나는 장거리 연애 경험이 없다. 어느 날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 있는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곡할 때는 시차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를 상상했다"고 밝혔다.

"곡이 장거리 연애에 관한 곡이다 보니 공항에서 들으면 곡의 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인천공항에는 의외로 관광지 못지않은 명소들이 많다. 특히 공항 동남쪽에 조성된 하늘정원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등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4월쯤이면 철쭉과 개나리가 만개해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원 안 조망대에서는 비행기의 이착륙 광경과 바다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