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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에 펼쳐진 기회…경쟁사들 화장품 특허 침해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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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에 펼쳐진 기회…경쟁사들 화장품 특허 침해가 복병

입력
2015.03.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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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무한한 중국시장

수익 지속 위한 대책 필요

특허권 침해 가능성 현실화

원대한 글로벌 비전

2020년 매출 12조원 목표

주당 300만원 대의 국내 최고가주(株)인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황금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100만원이었던 것이 1년 3개월 만에 무려 3배나 뛰었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아모레 화장품이 몰려드는 유커들의 필수 쇼핑 항목으로 면세점의 매출 증가를 이끌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미래 성장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는 아모레퍼시픽의 미래 화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고 그 중심에는 바로 중국이 있는 셈이다. 특히 아모레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현재 1~2%에 불과해 앞으로 뻗어 나갈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20일 주총을 거쳐 5월 8일 신주권 변경 상장이 이뤄질 경우 더 많은 개인들에게 투자의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을 증권사 화장품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안지영 IBK 투자증권 리서치 내수부문 파트장과 함께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전략담당 전무를 만나 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전략과 주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김 전무는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 당시 한중 경제인들 앞에서 아모레의 중국 진출 성공사례를 직접 소개한 IR 총책임자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전무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전무

-최근 1년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창립이래 줄곧 국내 1위 화장품 회사의 자리를 지켜왔다. 불황과 시장의 변화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경쟁의 틀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경쟁력 키우기에 주력했다. 최근 성과를 높일 수 있었던 데는 기업의 오랜 역사 속에 이어져 온 혁신DNA 덕분이었다고 본다. 아모레 역사는 대한민국 화장품업계의 역사이기에 책임감을 갖고 늘 최초와 최고를 추구한다. 또 제품ㆍ기술ㆍ서비스의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견지한 것이 오늘의 성과를 이루게 한 요인이라고 본다.”

-두드러진 주가 상승은 무엇보다 중국 사업의 잠재력 때문이라고 보는데.

“중국 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2014년 4조7,000억원)의 약 10%를 차지한다. 아직은 작지만 매년 성장률이 30~40% 되다 보니 미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사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고객의 기준에서 면세점 매출(8,000억원)을 합치면 이미 전체 매출의 30%에 달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2% 수준이다. 중국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주가 상승은 세계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 미래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화장품 직판업체인 ‘뉴스킨 때리기’에 나서는 등 자국 화장품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2008년 일본계 화장품인 SKII의 중금속 논란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화장품 허가 기준 강화 등 제도적 규제가 본격화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제품 허가 관련 법령을 도입할 당시 식약청의 사례를 참조했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우리는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현재 규제장벽에 따른 불이익은 없지만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성장하는 만큼 사회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면세점에서 설화수 구매 시 5개 제품 이상 못 사도록 한도를 정해놓았다. 고객들에게 많이 파는 것이 회사로도 이익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은 경영의 핵심 요소이다. 이를 위해선 제품이 제 가격에 판매돼야 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보따리상은 제품을 대거 매입해 차익을 챙기고 있다. 일부 중국 국적의 방문판매 직원들은 보따리상과 함께 유통망을 교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2년간 특정 제품에 대해 구매 한도를 정해 놓았다. 제품이 많이 팔려 좋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쳐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이같이 하고 있다.”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아모레의 쿠션 파운데이션에 대한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품의 역사를 보면 특정한 제형(劑形)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 경우가 많았다. 아모레의 쿠션 파운데이션은 단지 히트상품이 아닌 파운데이션 제형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 적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들이 쿠션 제품에 대한 특허 침해 사례가 있었고, 올해 랑콤도 쿠션 브랜드를 내놓아 제조방식과 공정에 대한 특허 침해 여부를 분석 중이다. 특허 보장 권리에 대해선 법적으로 철저하게 대처해 갈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에게 보다 더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기는 길이다.”

-중국의 유럽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 랑콤이 쿠션 제품을 중국서 출시할 경우 영향은.

“랑콤이 올해 유럽과 중국에서 쿠션 제품을 동시에 출시했다. 이미 중국의 T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직은 기간이 짧아 성공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특허 침해 부분은 철저히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판매되는 설화수와 라네즈 등 5가지 브랜드 쿠션 제품은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라네즈 쿠션 제품을 시작으로 올 2월부터는 마몽드 쿠션을 업그레이드해 내놓았는데 반응이 뜨겁다. 우리로선 백화점과 전문점, 로드숍 등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가격대에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장점이다.”

-주식 액면분할의 배경과 전망은.

“지난해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라 기존 주주도 거래가 어려웠고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도 많았다. 정부의 장려하는 분위기와 사회적 여론도 고려했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컸고 실적이 뒷받침해 주고 있는 현시점이 주식 액면 분할하기에 적합한 시점으로 봤다. 무엇보다 회사는 좋은 성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래전략은.

“아모레의 지난 60년간의 목표가 한국 1등 기업이었다면 2000년대부터 10여년간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교두보 쌓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과거 비전은 ‘글로벌 톱 10’이었지만 지금은 ‘이왕 하려면 1등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못할 것도 없다. 10, 20년 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글로벌 최고 기업 반열에 오르는 ‘원대한 기업’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20년이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국내는 성장률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해 2020년 매출 12조원, 핵심 5개 브랜드가 조 단위로 성장한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뷰티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시아권에서 경쟁 상대를 꼽는다면.

“로레알이 중국에서도 1등 기업이다. 에스티로더는 우리가 항상 보고 배우려는 기업이다. 또한 중국 로컬업체들이 아주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상하이자화(上海家化) 같은 기업은 경계 대상이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규모는 얼마나 되나.

“R&D는 전체 매출의 3% 정도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다소 적지만 화장품업계에선 비교적

큰 편이다. 로레알도 3% 정도다. 매출 규모에 비해 투자가 큰 편이다. 기술과 제품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R&D 덕분이다.”

-20일 열릴 주총 안건에 서경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있다. 지나친 겸임에 대해 반론도 있는데.

“보수를 추가로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관행적으로 직함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2세 경영인이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구조에서 오너십을 갖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업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을 놓고 볼 때 겸임 문제가 논란이 될 만하다고 보지 않는다.”

-뷰티와 헬스 부문에서 집중해 성과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생각은.

“회사가 화장품 회사로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사업 다각화에 집중해 80년대에 벌렸고 90년대 위기가 오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구조조정을 직접 단행한 분이 서경배 회장이다. 금융 등 핵심역량 없는 영역에 들어갔다가 부도 위기를 겪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고 결국 뷰티와 헬스 부문에만 집중해 글로벌 시장 진출로 큰 그림을 잡았다. 지금에서 보면 아주 잘한 판단이다. 이제 중국에서 성과를 높이고 있지만 전체 매출 규모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서 1등만 한다고 해도 시장은 어마어마하다. 한우물만 파도 1등 하기 힘든 상황에서 여러 개의 우물을 파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아모레퍼시픽 SWOT 분석

안지영 IBK 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안지영 IBK 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강점(Strength): 성장성이 뛰어나다. 브랜드력이 그 성장세를 만들어가고 있다. 브랜드력은 70년간 이뤄져 온 소비자에 대한 분석과 제품력에 녹아 있다. 제품력과 브랜드, 마케팅이 삼위일체로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아모레의 강점이다.

▦약점(Weakness): 우리나라 경제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 경제흐름이 저성장으로 가고 있다. 안에서의 경제 성장력이 약화하면서 외부요인이 성장을 견인하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 상황과 맞물려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기회(Opportunity):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로드맵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선진시장에선 아직 성장의 중간단계로 실패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아직 선진시장에서 먹히지 않지만 향후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위기(Threat): 글로벌 업체가 특허 침해를 통해 우리의 중요한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아직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또 수많은 경쟁자가 아모레퍼시픽을 연구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 그만큼 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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