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권탄압 제재안 등 잇단 강경책
남미국가연합 "마두로 정권 지지"
내주 우루과이서 특별 정상회담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 파탄에서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정국불안이 미국과 베네수엘라 반미(反美) 정권 간의 갈등으로 확대로 이어진 데 이어 반미감정이 남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라 정권에 대한 강경책을 잇따라 내놓자, 남미 국가 연합이 일제히 베네수엘라를 지지하며 미국을 비판하고 나선 것.
평행선 달리는 미ㆍ베
양국간 갈등은 지난해 2월 본격화됐다. 베네수엘라 산크리스토발 지역을 중심으로 반 정부시위가 발발, 40여명이 사망하는 등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가뜩이나 반미정권이 못마땅했던 미국이 지난해 말 ‘인권 탄압 제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남미 반미진영을 이끌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이후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인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고 치솟는 물가에 생필품 부족 현상까지 더해져 국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24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클루이베르트 로아(14)군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지자, 시위대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 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전ㆍ현직 관리들과 그 가족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제재를 확대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반정부 쿠데타를 지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2일에는 자국 주재 미국 외교관 100명중 17명만 남고 나머지는 보름 안에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또 미국인에 대한 무비자 혜택을 없애고 미국 외교관이 야당 등 반정부 인사와 만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딕 체니 전 부통령 등을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고 입국금지하기도 했다. 그러자 미국은 9일 베네수엘라 고위관리 7명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11일 의회로부터 향후 6개월 동안 의회 승인 없이 법령을 승인할 수 있는 특권을 획득, 미국과의 한판 승부에 대비하고 있다.
야권 “9월 의회 선거 꼭 치러야”
야권은 올 9월로 예정된 의회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를 통해 마두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인데 “현 정권이 선거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헌법재판소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선거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헌법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 역시 “오는 9월 선거를 진행할 것”이라는 원칙만 밝혔을 뿐, 정확한 선거일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야당인사는 “당장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현 정부가 20%포인트 이상 대패할 것”이라며 “현 정부가 정치적 위기의 원인을 경제 위기 등 외부에서 찾으며 무리하게 공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초 22%에 불과한 상태다.
남미국가연합 “미국의 내정간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국가연합 12개국은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라며 마두로 정부의 편에 섰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내주 우루과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남미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에서 베네수엘라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불법적인 베네수엘라 내정간섭에 대해 분명한 답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미국가연합의 이 같은 반발은 “미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서로 존중하고 내정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거들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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