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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 기업 최초로 ‘주주권익보호위’ 구성한다

입력
2015.03.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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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관 투자자 20곳 공식 제안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주주권익보호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사들이 경영진의 경영계획 등을 승인할 때 주주의 목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한전부지를 감정가의 3배 가량인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은 뒤 주가가 급락했고 주주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주의 가치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 위원회는 외국기업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 기업 중에는 도입한 곳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주주권익보호위 구성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먼저 제안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13일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주총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의 의견을 모은 특별발언을 통해 주주들의 주된 고민을 최대한 해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가칭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구성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구체적인 위원회 운영 방식과 관련해선, 매년 사외이사 대표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거나 보고서 형식으로 공식 발표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을 주주의 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영진의 경영계획을 승인할 때 주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검토하고, 정기적으로 주주와의 만남을 통해 주주의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박 이사는 “이런 제안은 글로벌 기업 기준에서 보면 일반적이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제안사항은 소액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사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당사 경영환경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감안해 이사회 규정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APG의 박 이사는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거버넌스는 지배구조로 풀이하면 된다”며 “다만 오너의 지분 문제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주주가 회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제안은 6개월 전부터 현대차와 얘기한 상황”이라며 “APG 이외에 네덜란드 연기금 PGGM, JP모건, 퍼스트스테이트(Firststate), LGIM, 캐피탈그룹 등 20개 외국계 기관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외국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은 뒤 내부적으로 검토를 시작해 위원회 구성 작업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매입 이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잇단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놨다.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25% 끌어올리는 등 연비 개선 로드맵과 2020년 친환경차 로드맵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결산배당도 확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보통주 한주당 3,000원씩 총 8,173억원을 현금배당키로 결정했다. 기아차도 주당 1,000원씩 총 4,041억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배당규모를 43% 늘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15만1,000원까지 주저앉은 현대차 주가는 차츰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7만원대를 회복했으나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주권익보호위 구성은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편다는 이미지를 시장에 심어주고,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과 지배구조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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