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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일주일의 무게

입력
2015.03.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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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마다 몸무게를 재듯 지난주의 무게를 헤아려본다. 얼마나 마음을 썼느냐에 따라, 얼마나 몸을 혹사시켰느냐에 따라 그 주의 무게는 달라진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해치운 주에는 마음은 가볍지만 몸이 무겁다. 반대로 처리할 일을 뒤로 미루고 잔뜩 딴청을 피운 주에는 몸은 가볍지만 마음이 무겁다. 결국 매주의 무게는 엇비슷해진다. 몸의 무게와 마음의 무게가 일으키는 길항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무게의 균형이 깨질 때가 있다. 가령, 생각만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일이 생각보다 잘된 경우에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진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에 들떠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잘 풀린 그 주의 무게는 평소보다 가볍다.

반면, 어떤 일을 하긴 했는데 끝이 개운치 않거나 대충 했다는 생각이 들면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거워진다. 그럴 때 그 주의 무게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된다. 이런 심신으로 감당해야 하는 그 다음 주의 무게는 굳이 재지 않아도 무거울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무게가 평소보다 많이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지는 주에는 스스로에게 신경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우리에겐 다름 아닌 돌아올 일주일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일주일의 무게를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나를 지속하는 일, 일상을 지탱하는 일, 나아가 삶을 견디는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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