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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려고요? 김부장도 박과장도 요즘 빌려 타요"

입력
2015.03.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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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비 패턴 변화

리스 실적 9년 만에 3.8배

장기 렌터카도 5년새 2배 훌쩍

개인 고객이 4분의 1 넘어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유모(28)씨는 장기 렌터카로 생애 첫 차를 마련했다. 현대 쏘나타 2.0 CVVL 스마트 모델을 4년간 월 50만원씩 주고 타기로 한 것. 보증금은 30%(771만원)를 지불했다. 같은 조건으로 할부를 하면 월 42만원이 들어 저렴하지만 보험료와 자동차세까지 다 따져보면 결국 총 지출액수는 비슷하다. 4년 후 마음이 바뀌면 중고차로 팔아도 된다는 생각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자동차 이용 문화가 차를 사는 오너(owner)에서 빌려 타는 유저(user)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새 차를 살 때 드는 목돈 부담을 덜고 차량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려 타는 금융사의 차량 리스와 렌털 회사의 장기 렌터카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자동차 리스 취급실적을 보면 2004년 1조6,831억원에서 2013년 6조4,171억원으로 9년 만에 3.8배 급증했다. 장기 렌터카도 2009년 3만4,608대에서 지난해 8만9,759대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황창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렌터카 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6.3%로 내수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렌터카 시장의 큰 손이 법인이라는 공식까지 흔들고 있다. 국내 1위 렌터카 업체 KT렌탈 통계에 따르면 개인 장기 렌터카 비중은 2009년 4.5%(1,543대)에서 지난해 말 26.2%(2만3,487대)까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장기 렌터카의 성장률은 66.5%로 법인(18.5%)을 압도했다.

빌려 타는 시장의 급성장한 것은 한번에 큰 돈 들이지 않고 3~4년 마다 새 차를 탈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직장인 윤모(42)씨는 “매달 50만원을 내고 국산 중형 승용차를 3년째 장기 렌트하고 있는데 내년초 계약이 끝나면 수입차를 장기 렌트할 생각”이라며 “주변에도 차를 빌려 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렌터카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급성장에 한몫 했다. KT렌탈 관계자는 “렌터카를 상징하는 ‘허’자 번호판에 대한 인식이 성공한 대기업 임원의 차량이라는 이미지로 달라지고 있다”며 “2013년 3월부터 ‘하’ ‘호’ 번호판이 추가돼 개인 고객의 장기 렌터카 시장 유입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고객 잡기에 혈안이다. 광고모델을 쓰지 않던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미국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을 모델로 내세우며 승용차 리스 시장 영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KT렌탈은 1,560만원짜리 아반떼를 월 25만원에 이용하는 등 인기 차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목돈을 내지 않는다고 소득 대비 가격대가 높은 차량을 선택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리스 계약기간이 끝난 후 원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오는 매물이 적지 않다”며 “대형이나 수입차는 감가상각 폭이 커서 차량을 팔아도 남은 유예 원금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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