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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돌출 발언에 더 꼬인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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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돌출 발언에 더 꼬인 남북관계

입력
2015.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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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통일 준비팀 없다" 거듭 해명 불구, 통준위 위상 추락 불가피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연세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연세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이른바 정부 내 흡수통일 준비 팀 발언이 가뜩이나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에 돌발 악재로 떠올랐다. 정 부위원장은 부적절한 용어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직자로서 경솔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부위원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12일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 부위원장은 논란이 된 발언을 부정하며 “통준위는 평화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조직으로, 위원회 내 흡수통일 준비팀은 물론 흡수통일을 전제로 연구하는 팀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용어의 선택이 적절치 못해 위원회 활동 내용이 잘못 보도됐다”며 “더 이상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통준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정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ROTC 중앙회 강연회에서 “통일 로드맵 가운데 평화적인 합의통일도 있고 동시에 비(非)합의적 통일, 그러니까 체제통일에 관한 것도 있다”며 “체제통일만 연구하는 팀이 위원회 가운데 따로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위원장의 돌출 발언에 통준위는 물론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 당국자는 “솔직히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암묵적 진실을 공개석상에서 통준위 부위원장이 발설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단순히 표현이 와전됐다는 입장이지만, 민감한 내용을 여과 없이 대중 앞에 쏟아낸 것 자체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 파문이 남북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이 통준위 출범 당시부터 ‘흡수통일 전위부대’로 규정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의구심에 쐐기를 박아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박근혜정부 내내 압박 레퍼토리로 사용하지 않겠느냐”며 “우리 정부 입장에선 제대로 꼬투리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우리 정부가 내세웠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명분도 흠집이 났다는 분석이다.

통준위 위상 추락도 불가피 해 보인다. 정부는 채널 다양화 차원에서 지난해 연말 통준위를 주체로 대화 제의에 나섰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고, 이번 사태까지 터지면서 통준위가 남북관계 역할 기구로 설 자리는 좁아 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통일준비 업무는 과거부터 통일부가 전담하고 있다”며 “통준위는 통일 헌장 제정 및 국민들 의견 수렴 작업에 주로 매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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