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정 동력 확보 의도도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부정부패 발본색원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범정부 차원에서 사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사회ㆍ공직기강 확립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녹아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전 정권들이 흔히 쓰던 반부패, 사회정화 운동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논란이 되는 현안 외에 총리 담화문 발표가 흔치는 않다는 점에서 담화발표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특히 담화문 발표 일정이 실제 발표 2시간 반 전에야 공지되고, 사전 배포 원고 중‘부패와의 전쟁, 전면전’ 같은 표현을 현장에서 순화하는 소동이 벌어질 정도로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이 총리의 ‘깜짝 담화’는 최근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당정청 협의 활성화 등 여권 전반의 변화 움직임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 중동 순방 효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후 보수층 결집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국정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번 기회에 경제를 되살리지 못하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급함도 엿보인다.
이 총리는 담화문 발표장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배석시켰다.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담화문에서도 “검찰과 경찰 등 법집행기관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 등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담화문에서 부정부패의 대표 사례로 이명박 정부와 연관된 방위사업, 해외자원개발 비리가 꼽힌 것도 눈에 띈다. 검찰이 11일 모든 자원외교 관련 수사 건을 검찰의 핵심 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몰아주고, 방산 비리 수사 핵심 축으로 꼽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전격 체포한 상황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방산과 자원외교 비리 모두 검찰의 최대 현안이긴 하나 수사력을 집중한 가운데 총리 담화문에도 적시한 의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깜짝 담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이 총리의 강한 사정 의지는 야권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여권 내에서는 친이와 친박의 계파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반발로 이어질 경우 여권 내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공직사회와 정치권을 다잡아 국정 성과를 내던 80, 90년대 정권과 달리, 이번 반부패 전쟁 선포가 정치적인 효과는 몰라도 경기 반등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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