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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르켈 증후군

입력
2015.03.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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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성원이 높다. 가히 ‘메르켈 증후군’으로 불릴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상한가를 쳤을 때가 지난해 여름이었다.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직후 그가 선수들 라커룸까지 따라 들어가 함께 환호하던 모습이 생중계됐다. 한 달 뒤 남경필 경기지사가 ‘여야 연정’을 밝히면서 그의 정치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나서 훈수를 듣고 싶은 정치인 1순위’로 그를 꼽았다.

▦흔히 ‘동독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개념으로 치면 그는 ‘서독인’이다. 서부독일 최대 도시 함부르크에서 루터교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1954년). 선교에 나선 아버지를 따라 동독 브란덴베르크로 이주했다. 라이프찌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때(1989년)까지 동베를린물리화학연구소에서 일했다. 독일 통일과 함께 동독민주화단체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의 뼈는 서독 목회자의 딸, 그의 살은 동독 물리학자, 그의 피는 통일독일 정치인인 셈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크게 세 가지다. 2013년 연임에 성공하자 장관직 16개 중 6개를 적(?)에게 할애하고, 야당의 공약을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했다. 국민 대통합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일) 직후 “원전 확대가 오랜 소신이었으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2022년까지 독일 내의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속한 사과와 이유 있는 정책변경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모습 등으로 대화와 소통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의 심장에 들어가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독일은 이렇게 과거사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으로 에둘렀다. 국내에선 ‘독일이 했던 일’을 ‘일본이 해야 할 일’로 대서특필했다. 일본은 못 들은 척하며 “우리는 나치와 다르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메르켈 총리의 방일로 인한 우리의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다. 한가지, 우리가 못들은 척 했던 그의 발언이 있었다. “독일이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되는 데는 이웃나라 프랑스의 관용도 있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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