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6명 중 181명이 내사ㆍ수사 대상
추가 고발ㆍ고소도 잇따를 전망
"동시선거로 오히려 불법 늘어"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도 높아
11일 치러진 전국 첫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선출된 조합장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 대상에 올라 결과에 따라서는 조합 수십 곳에서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의 불법행위를 단속한 결과, 모두 929명을 검거해 이 중 13명을 구속하고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나머지 46명은 불기소 또는 내사종결하고, 829명에 대해서는 내사 또는 수사 중이다.
이번 조합선거로 당선된 총 1,326명 중 13.6%에 달하는 181명이 내·수사 대상이며, 이 중 3명은 구속됐다. 제주의 경우 31명의 당선자 가운데 9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어 무투표로 당선된 5명을 제외한 26명의 조합장 중 3분의 1이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당선자 본인이 불법선거로 인해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돼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재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남 무안에서는 낙선한 후보가 직접 당선인이 유권자들에게 건강식품과 이불, 금품 등을 뿌렸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직접 저인망식 조사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당선인들의 금품제공 사례 등에 대한 추가 고발ㆍ고소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행위 유형은 금품·향응 제공이 519명(56%)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어 사전 선거운동이 207명(22%), 허위사실공표 111명(12%), 불법 선거개입 19명(2%) 순이었다. 전체 선거사범 중 금품·향응 제공자의 비율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가 21%, 지난해 동시 지방선거가 22%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합장 선거(56%)가 ‘돈 선거’였다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남 신안의 모 농협조합원인 박모(56)씨는 “조합장 선거 투표율이 80%를 훌쩍 넘었다. DJ가 고향에서 출마했던 제 15대 대통령 선거 때보다 투표율이 높은 건 돈 선거가 작용한 결과가 아니겠냐”며 혀를 찼다.
선관위 주관으로 처음으로 치러진 동시선거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원지역에선 현직 조합장 78명이 출마해 62.8%인 49명이 당선되는 등 현역 프리미엄이 증명됐다. 강원 모 농협조합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모(66)씨는 “토론회 등이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이 홀로 지지를 호소하면서 현역을 넘어서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전북지역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떨어진 이모(70)씨도 “선거인수가 적은데다 금품제공이 득표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었고, 현행 선거법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후보자의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며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 조합원들도 실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오히려 불ㆍ탈법을 저지르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창원=이동렬기자dylee@hk.co.kr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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