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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 1,2,3이 다 다른 수능, 해도 너무한 대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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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 1,2,3이 다 다른 수능, 해도 너무한 대입정책

입력
2015.03.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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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전국의 대다수 고교생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사설 모의고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주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똑 같은 형식으로 실시하는 이번 평가에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고교 1ㆍ2ㆍ3학년이 저마다 다른 형태의 수능 모의고사 시험지를 놓고 씨름한 것이다. 고3 수험생은 국어와 수학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선택하는 수준별 수능으로 치렀다.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를 고2 학생은 국어는 통합형으로, 수학은 과거 문ㆍ이과생이 보던 가형 또는 나형으로 되돌아간 시험을 봤다. 여기에 필수과목에 포함된 한국사도 치렀다. ‘2018학년도 수능 버전’이 적용되는 고1 학생들은 한국사 필수와 함께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시험을 봤다.

이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일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2018년 전면 시행되는 문ㆍ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은 다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올 가을 발표 예정으로 현재 논의 중인 중장기 수능제도 개선책이 나오면 그 전에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들은 가르칠 범위와 수준을 종잡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잦은 대입제도 개편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정권의 조바심에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역대 어느 정부건 입시제도에 눈독을 들였다.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결과가 수십 차례의 대학입시 변경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도 이전 정권이 걸었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입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한 학교 세 시험’이 상징하듯 누더기 대입전형을 면치 못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일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동ㆍ청소년 2명 중 1명이 학업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는데, 선진국만 놓고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학교생활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쟁 일변도의 줄 세우기 학업 풍토가 빚은 부작용인 동시에 교육정책의 방향을 수요자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온 탓이다.

대입제도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매년 바뀌면 효과는 떨어지고 혼란만 커질 뿐이다. “무슨 스마트 폰 업데이트 하는 겁니까?”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른 한 고교 교사의 비아냥을 교육 당국은 뼈 아프게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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