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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철수, 직설화법 25년 "너무 오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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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철수, 직설화법 25년 "너무 오래했죠"

입력
2015.03.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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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아이돌 스타에 쏠려 선정성 의존하는 걸그룹 감동 없어

비판 목소리 있어도 100% 팝 고집… 청취자들과 소통이 최장수 비결

배철수는 “내 인생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만난 건 최대의 행운이며 두 번째 큰 행운은 아내와의 만남”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MBC 제공
배철수는 “내 인생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만난 건 최대의 행운이며 두 번째 큰 행운은 아내와의 만남”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MBC 제공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너무 특정 장르, 즉 아이돌 음악에만 쏠리는 게 문제에요. 다양한 음악이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음악인도 성장하고 음악에서 감동을 얻을 수 있을 텐데요.”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음악캠프)의 DJ 배철수(62)는 25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걷다 보니 동일 타이틀에 동일 DJ가 진행하는 국내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무게가 더해졌다. 입에 발린 말을 못 하는 그는 12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만난 25주년 인터뷰에서 현재 가요계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뱉었다.

“소녀시대의 태연이나 시스타의 효린 등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큰 감동은 없습니다. 음악적으로 비슷비슷하게 획일화되는 게 문제죠. 미디어의 책임도 있고, 음악 하는 사람들의 책임도 있을 겁니다. 물론 록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대중이 도외시하는 음악은 필요 없다고 말해요. 히트곡을 내라고 하죠.” 이제는 가요계 원로 축에 끼는, 대중음악의 발전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 배철수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1978년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그 때와는 크게 달라진 지금의 대중음악 상황이 안타까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달 한 케이블 방송에서 ‘제57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을 중계하던 중 “가수들의 립싱크를 법으로 금지시켰으면 한다”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음악은 모든 것이 라이브로 연주되고 노래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라이브 음악이 활성화되어야 연주자도나, 음향 엔지니어도 함께 발전하며 실력 있는 가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선정성에 의존하는 걸그룹의 문제도 꼬집었다. ‘직캠’으로 인기를 얻은 걸그룹 EXID에 대해 “너무 선정적이더라”고 했다.

직설은 배철수의 타고난 성품이다. ‘음악캠프’ 진행 초기엔 아슬아슬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연한 배철수의 특징일 뿐이다. “일에 있어서는 배려나 따뜻함이 없습니다. 돌려서 얘기하지를 못해서 방송 중에 청취자들과 다투기도 했어요(웃음). 고집도 센 편이지만 우리 가족들(청취자들)은 이제 이해해주죠.”

대신 그런 솔직함이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했다. ‘음악캠프’를 진행하는 25년동안 그는 자신이 모르는 음악은 소개하지 않는 원칙에 충실했다. “99%는 내가 들어본, 아는 음악을 소개하죠. 나도 모르는 음악을 청취자들에게 들어보라는 건 민폐여서 오후 6시 생방송 시작 두 시간 전에는 늘 방송국으로 출근합니다.” 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장수 요인이라고 그는 꼽았다.

배철수는 명실상부한 라디오계의 레전드로 꼽힌다. 팝이라는 한 장르로 어느덧 하얀 머리카락을 드러낸 60대 DJ가 10대부터 60대 이상의 전 연령층의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다시는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배철수는 “솔직히 말해 너무 오래한 게 맞다”면서도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더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6개월만 또 버텨보자고 말하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1990년 송골매 9집 앨범 ‘모여라’를 내고 음반활동을 하던 중 ‘음악캠프’의 마이크를 잡았다. 그 해 음반이 잘 되면서 정말 바쁜 일상을 보냈다는 그는 “1년만 버텨보자는 심산으로 DJ를 했는데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게 더 즐겁고 재미있었다”며 “당시 밴드로 10년 이상 활동해서 지친 상태이기도 해서 그만두고 라디오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중가요가 아닌 팝 음악만 소개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배철수는 “20세기의 문화를 따질 때 비틀즈를 빼놓을 수 없듯이 팝을 한 문화로 봐야지 한 나라의 음악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팝 음악을 단순히 영국이나 미국의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구식입니다. 우리의 영화산업도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에 영향을 받아 더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어린 시절 팝을 듣고 자란 현재의 작곡가나 연주자들이 우리 음악도 발전시킨 것이니까요. 팝 음악을 듣지 않고 우리 안에서만 자생한다면 그 음악은 아마 도태될 것입니다. 저를 미 제국주의자의 앞잡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요.”

그는 ‘음악캠프’ 25주년을 맞아 13~15일 특별 생방송으로 ‘라이브 이즈 라이프’ 공연을 올린다. 국내 최정상 밴드 12개팀이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할 예정이다. 24일에는 ‘음악캠프’ 25주년 기념 앨범도 나온다.

“KBS1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7080’도 벌써 10년이나 돼 500회 특집을 맞습니다. 음악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전 분명 행복한 사람일 거에요. 사실 앞으로의 계획은 없어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뿐입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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