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
고위 공직자는 친족 재산까지 심사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 있는지 따져
동의 필요하고 강제 수사 못해 한계
서울시가 산하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른바 ‘박원순법’을 본격 시행한다.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이 조치는 3급 이상(실ㆍ국ㆍ본부장급)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유 재산과 직무 연관성을 심사하고, 청탁을 받으면 그 내용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일명 ‘김영란법’에서도 빠져 논란이 된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포함돼 향후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공직사회 혁신 대책’(박원순법)의 세부 계획을 확정해 즉시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 공무원 행동 강령’과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징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마쳤다.
먼저 박원순법의 핵심인 이해충돌 여부 심사는 3급 이상 공무원을 최종 대상자로 결정했다.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의 보유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도시계획 및 주택개발사업 등과 본인 부동산의 연관성, 직접 관련된 법인ㆍ단체의 주식보유 여부 등을 심사한다. 신청한 사람만 심사하는 자발적 참여가 전제이며, 대상자는 실ㆍ국ㆍ본부장급 52명이다.
이들 공무원에 대한 심사는 별도로 구성된 심사팀에서 직무연관성을 1차로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직무연관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시는 13~31일 대상자 접수를 통해 심사청구서, 정기재산 변동신고서, 최근 1년간 추진업무내용 자료를 제출 받아 다음달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4월까지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사과정에서 연관성이 밝혀질 경우 직무참여 일시 중지, 직무 대리자 지정, 전보 등의 인사 조치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심사는 공직자들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고, 계좌 추적권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 추적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심사를 통해 공직사회 윤리를 다잡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는 또 청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본청, 사업소 4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청탁내용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의무등록제’를 시행한다. 매 분기 1회 이상 청탁내용을 등록해야 하며, 청탁사실이 없더라도 ‘해당 없음’을 등록해 청탁 등록문화를 생활화하도록 했다. 청탁 특별등록 시기는 매 분기 첫째 주로 정해졌다. 청탁 등록제도가 활성화되면 해당 공무원은 청탁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되고, 청탁자는 자신의 청탁이 기록으로 남아 심리적 부담을 갖게 돼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원순법은 퇴직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관련 법규와 권고사항을 상세히 소개한 퇴직공직자 행동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퇴직 예정자 대상 강좌 등에 교육자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임동국 시 조사담당관은 “공직사회 혁신대책은 부패와 비리에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서울시의 공직사회 혁신대책이 전체 공직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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