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월 19일 오후 8시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으로 시작한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5년이 지난 지금 유일한 100% 팝 전문 프로그램으로 남아있다. 한국을 찾은 팝스타라면 꼭 거쳤다. 해외에서 막 발매된 최신 앨범도 여기서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80년대 팝 음악의 전성기를 지나 90년대 대중음악의 주도권이 가요로 넘어가던 시기에, 록의 비중이 높은 팝 전문 프로그램을 프라임 타임에 배치한 것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사반세기 동안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적잖은 팝 프로그램들이 문을 닫거나 가요를 섞어 내보낼 때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올드 팝부터 영미권의 최신 히트곡, 마니아 취향의 록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내보내며 10대부터 30,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팝을 사랑하는 청취자를 끌어들였다.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물론 시사 이슈, 일상 이야기를 아우르는 배철수의 입담은 고정 팬을 양산하며 25년간 9,000회 이상 전파를 탔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한 유명 팝스타는 헤아릴 수 없다. 메탈리카,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 제이슨 므라즈, 리아나, 오아시스 등이 스튜디오를 찾았다. 듀란 듀란, 알리샤 키스 등은 전화로 목소리를 전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영미권의 팝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이처럼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외길을 걸어오기까지는 배철수의 담백한 고집이 한 몫 했다. 지금은 SM엔터테인먼트의 회장이 된 이수만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게 된 배철수는 로커 출신으로는 드물게 프라임 타임 라디오 진행을 맡았다. 미성의 차분한 DJ가 일반적이던 시대에 그의 거친 말투는 불편하게 들리기도 했다. 광고를 “전하는 말씀”이라고 돌려 말하던 때 “광고 듣겠습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역시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게스트로 출연해온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배철수는 흘러간 팝은 물론 최신 음악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선곡에 참여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헌신하는 디스크자키”라며 “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국내에 팝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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