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서점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돼 있는 책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철학을 담은 ‘시진핑 치국리정(治國理政)을 말하다’다. 지난해 9월 처음 출판된 지 6개월 만에 발행량이 340만권을 돌파했다고 인민일보가 11일 전했다. 가장 큰 독자는 중국 공무원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은 앞으로도 8년 가까이 더 집권하는 만큼 최고 지도자의 국정 철학은 중국 공무원들에겐 학습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다. 시 주석의 친서민 행보도 적지 않은 인민들이 이 책을 사 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당국이 정책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다 각종 행사마다 사실상 공짜로 나눠주는 일도 많아 발행량을 곧바로 ‘판매량’으로 보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책은 2012년11월부터 2014년6월까지 시 주석이 각종 회의에서 한 발언과 연설, 강연 등을 정리한 것이다. ‘좋은 삶에 대한 인민들의 희망이 우리의 목표다’ ‘중국의 꿈은 중국 인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이로움을 줄 것이다’ ‘혁신이 이끄는 성장으로 갈아타야 한다’ ‘항상 민생을 최일선에 두라’ ‘홍콩과 마카오는 대륙과 운명적으로 연결돼 있다’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친구, 성실한 동반자가 되라’ ‘권력은 반드시 시스템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 신중해야 한다’ 등의 소제목에서 시 주석이 생각하는 국정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모두 79편의 연설이 중국특색사회주의,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 전면심화개혁, 법치, 일국양제, 신형대국관계, 반(反)부패 투쟁 등 18개 장으로 나뉘어 실렸다.
이 책은 특히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의 외국어판 발행량은 이미 23만권을 넘어섰다. 이는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도자 저서의 해외 발행량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중앙문헌연구실, 중국 외문국은 이 책을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등 9개 언어와 20개의 판본으로 펴 냈다. 최근 중국의 국가적 위상이 오르며 중국과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해외에서 이 책에 많이 팔리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중국이 현재 어떤 발전 전략 아래 어떤 노선과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중국 외문국의 설명이다.
한국어판도 준비되고 있다.
박일근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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