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를 막 누르기만 해도 엽서의 한 장면과 같은 그림을 담을 수 있는 관광명소,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행복주거지역 중구를 만들겠다.” 낙후한 골목에 스토리를 입혀 신개념 관광명소로 만든 윤순영(63ㆍ사진) 대구 중구청장. 그는 낡고 지저분한 구도심으로 인식돼 온 골목길에 관광객이 넘쳐나고,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도심을 재창조하겠다고 피력했다.
중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 20만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대구의 중심이었다. 도시의 팽창 등으로 외곽지역이 급성장하면서 1990년에는 15만3,000명, 윤 청장이 첫 취임한 2006년에는 7만9,255명, 2013년 말에는 7만6,246명으로 줄었다.
노후 불량주택지역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고층아파트를 짓는 방법 대신 윤 청장은 ‘재생’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형성돼 온 ‘골목길’을 관광상품화 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주민들은 어떻게 허물고 무엇을 지을 것인가를 물었지만, 백 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을 마구잡이로 없애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았다”며 “삼국시대에 쌓은 국내 최고(最古)의 토성인 달성토성, 400년이나 된 경상감영,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자취 등을 엮어 스토리텔링하면 낙후지역이 관광명소가 될 것 같았고, 사실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대구는 한국전쟁의 포연이 비켜가는 바람에 서울 대전 등과 비교해 옛 골목길이 거의 원형 그대로 많이 남아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한국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대구 중구 골목투어, 근대로(路)의 여행’과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관광지 99선에 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수백 년간 영남의 중심이었던 향촌동의 이야기를 담은 향촌문화관 등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관광명소로 부활하는 셈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김광석 길이나 이상화고택, 만세동산 등이 있는 골목에는 인파가 넘쳐나는 등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윤 청장은 남은 골목골목에 모두 스토리를 입혀 중구 전체를 하나의 근대문화벨트로 잇고,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품 중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도심재생사업에 품격을 더하는 원년으로 삼고 남은 지역도 각종 테마골목으로 부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종황제가 다녀간 길에 어갓길을 조성해 ‘구국의 길’로 부활시키고, 북성로와 서성로에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대구읍성 상징거리를 조성 중이다.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현 대구은행북성로지점)와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광문사터(현 대성사) 재현을 추진 중이다. 중구의 남쪽인 남산동에도 ‘남산100년 향수길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윤 청장은 “김광석길도 2012년까지만 해도 앞서 실시해 온 ‘별의별 시장’이나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성과가 없어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며 “문화 예술로 도심을 재생하는 것은 원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직원과 주민들이 인내해 준 결과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1마을 1특화 복지희망 마을 만들기, 에코맘 녹색아카데미, 에너지 슈퍼마켓 운영 등 친환경 녹색 중구 기반을 다지고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재개발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구=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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