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프랑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 지도 햇수로 벌써 3년 째다. 유럽을 무대로 오랜 시간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해 왔지만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그 양상 또한 이채롭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3년 주말에 청계산을 올랐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주 이른 오전 시간부터 등산로를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 속에 산이 존재하고 등산로 초입에는 갖가지 음식점이 줄지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그 산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은 아웃도어 활동과 소비가 활발한 것 같다. 전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규모의 아웃도어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다채로운 브랜드들이 과감한 디자인의 등산복을 시즌 마다 선보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일 것이다. 물론 이는 내가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산을 가까이 두고 자주 오르는 만큼, 한국은 아웃도어에 대한 지식 수준도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도심 근교에 위치한 낮은 산을 반나절 내지 당일 산행으로 즐기는 것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산행 패턴이라면, 고가 수입 소재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를 합리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한 환경에서 원정 등반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고어텍스나 윈드스토퍼 등의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자체 개발 소재가 선보여지고 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필자가 적을 두고 있는 밀레에서도 ‘드라이엣지’(Dry Edge)라는 고어텍스 대체재가 프랑스 밀레를 필두로 글로벌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소비자들 사이의 선호도도 매우 높다. 멋지고 아름다운 옷을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세바스찬 부페이는 2013년부터 ㈜밀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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