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눈물을 자주 흘렸다. 어느 날엔 병원 앞 벤치에서 두 손을 꼭 모은 채 고개를 푹 수그린 한 남자를 보고 사연을 짐작하다가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진 적도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곁에 있던 친구가 내 어깨를 흔들며 물었지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즈음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상가에 가거나 병문안을 갈 때 마음을 다잡은 적도 많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의식적인 노력 때문에 어떤 순간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만, 혼자 있으면 그때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무의식적으로 다시금 튀어나오곤 했다. 마치 울어야 할 일에 제대로 울지 못한 게 가슴에 맺혀 그 울음을 매일 나누어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눈물의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가까운 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처럼 분명한 경우도 있고 딱한 사람을 보고 나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 흘릴 때처럼 복합적인 경우도 있다. 우는 당사자인 자기 자신조차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때도 있다. 우는 것밖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아기처럼 그저 우는 것이다. 뉴스를 본다. 거대한 부조리, 어처구니없는 죽음, 온갖 종류의 부당함과 불합리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뉴스를 다 보고 나니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손쓸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아서, 이 막막함이 눈물샘을 가득 메우는 게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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