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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차만별 인적성검사, '삼성 용'으로만 준비하면 낭패

입력
2015.03.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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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 점수 높으면 일 잘해" 기업들, 갈수록 중시하는 추세

최근 한국사 문제 등 비중 커져 수험생의 역사관 묻는 출제도

서류전형 통과 뒤 준비는 늦어, 신문·책 읽는 습관화 땐 유리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신입 공개채용 지원자들이 서울 대치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뒤 빠져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신입 공개채용 지원자들이 서울 대치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뒤 빠져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한 서강대에서 학점 평균 3.4, 토익 스피킹 레벨7, 토익 960점, 캐나다 교환학생 6개월 등 비교적 우수한 스펙을 보유한 4학년 노 모(24)씨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삼성의 직무적성검사(SSAT)를 앞두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 하반기 공채의 SSAT에서 고배를 마신 기억 때문이다.

다른 기업에서도 잇따라 취업에 실패한 노 씨는 졸업도 한 학기 미룬 채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월 14만원을 내고 SSAT 인터넷 강의를 듣고 1주일에 세 차례씩 취업 스터디에서 SSAT를 따로 공부한다. 노씨는 “지난해 보다 많은 준비를 했지만 과연 방법이 맞는 지 잘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노씨와 비슷한 처지의 취업준비생들은 하나 같이 ‘직무적성검사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마다 평가 영역과 유형이 천차만별이고 범위도 매우 넓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 언어ㆍ수리 등 평가… 신뢰도 높아

직무적상검사는 처음에는 참고용으로 사용돼다가 최근 들어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기업들은 그만큼 직무적성검사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시아나항공 채용 담당자를 거친 김세준 국민대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는 “기업들은 직무적성검사 점수가 높은 사람이 입사한 후에도 일을 잘하는 것으로 믿어서 직무적성검사 결과에 강한 신뢰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들은 자사의 특성과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직무적성검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공채 시즌마다 10만, 20만명 가량 응시하는 삼성 SSAT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약 2년간 그룹 인사팀과 외부 자문교수들이 힘을 합쳐 개발한 SSAT를 1995년 대졸 공채부터 시행해 왔다.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식 5개 영역 160문항을 140분에 걸쳐 푼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하던 인·적성검사를 2010년부터 통일해 언어이해, 언어추리, 수리, 도형추리 등으로 구성된 직무적성검사를 실시 중이다. 두산그룹도 2005년에 언어논리, 수리, 공간지각(이공계), 언어유창성(상경계) 등으로 구성된 인적성검사 ‘DCAT’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난이도 높아져… 역사도 중시

직무적성검사는 최근 응용문제나 고차원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며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다. 수험생과 취업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SSAT가 직무적성검사 중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언어영역의 경우 시사적인 지문 독해나 논리적 문장 배열하는 문제 등이 나오고, 수리영역도 기초 계산 문제 보다 자료를 해석하거나 실생활에서 응용하는 문제가 나온다. SSAT를 치른 취업준비생은 “여러 차례 접은 종이 한 가운데를 펀치로 구멍을 뚫은 뒤 펼쳤을 때 그림을 찾는 문제가 나와 너무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SSAT, SK, 현대자동차의 직무적성검사가 난도가 높다”고 말했다.

역사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도 최근 특징이다. 삼성 SSAT는 상식에 한국사, 세계사를 묻는 복합 문제가 출제됐고, LG SK GS도 역사를 따로 평가한다.

현대자동차는 한발 더 나아가 ‘역사에세이’ 평가를 실시한다. 현대차는 그 동안 ‘몽골과 로마 제국은 역사상 크게 발전한 국가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화·지속 성장을 하는데 있어서 두 제국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2014), ‘세종대왕이 과거 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2013) 등의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의 역사관과 생각을 묻고 있다.

직무적성검사, 서류 통과 후 준비는 너무 늦어

직무적성검사를 준비하면서 피해야 할 것은 서류전형 통과 후 준비하는 것이다. 상당수 수험생들은 서류전형 단계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후 준비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범위가 넓다고 질 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것저것 문제집을 많이 풀면서 유형을 익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취업전문강사 윤종혁씨는 “단기간에 유형을 파악하기 보다 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언어영역은 평소 신문이나 책을 좀 읽어 둔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영역에서 독해력이 좋으면 수리영역에서 자료해석력이 좋아 진다”며 “언어와 수리가 별개여서 따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SSAT를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도 문제다. 다른 기업들이 SSAT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더라도 각 기업마다 출제 경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출제 흐름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게 낫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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