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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국제공항 잔혹사

입력
2015.03.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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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청주공항 모두 만성적자인데

새만금국제공항 짓자는 문재인 대표

경제성 없는 정치적 공항건설은 재앙

오늘(1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스케줄은 텅 비어 있다. 뜨거나 내리는 국제선 여객기가 단 한편도 없다. 날씨나 공항사정 때문이 아니라 운항편성이 그렇다. 어제는 출국과 도착이 각각 두편씩(무안-텐진 중국천진항공, 무안-선양 중국남방항공) 있었는데, 모두 오전 스케줄이라 오후엔 국제선 전체가 개점 휴업이었다. 무안국제공항의 이번 주 국제선 출국ㆍ도착표를 보면 ▦수ㆍ금요일이 각각 두편 ▦월ㆍ화ㆍ토요일은 한편 ▦목ㆍ일요일은 제로다. 일주일 내내 들어오고 나가는 비행기가 고작 일곱편. 하루 한편 꼴이다.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문을 연 이래 계속 이런 식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러시에 힘입어 그나마 요즘이 가장 나은 상태다. 여객 수요가 없으니 적자는 만성화됐다. 직원 수 30명 정도인 이 공항에서 2013년에 76억원의 적자가 났다.

충북 청주국제공항도 형편은 비슷하다. 오늘 이 공항에선 중국으로 세편의 여객기가 출발하고, 중국에서 네편이 도착한다. 요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세편의 여객기가 뜨고 내린다. 모두 중국노선이다.

청주국제공항은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개항 후 10년 넘게 폐허처럼 방치되다가, 유커(중국 관광객) 덕에 그나마 활기를 띠는 게 이 정도다. 무안공항에 비하면 확실히 낫고 또 인천ㆍ김포국제공항의 대체공항으로서 어느 정도 희망이 엿보이지만, 하루 세대의 비행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국제공항이란 타이틀은 여전히 낯 뜨겁게 느껴진다.

청주국제공항 내부 모습
청주국제공항 내부 모습

이런 차에 전북에 국제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새만금국제공항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부에 건설을 촉구한 거다.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어 놓고도 전혀 활용에 진척이 없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새만금의 현실적 생존법칙일 수밖에 없는 대중국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국제공항을 꼭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새삼스런 발제가 아니다. 공항이라야 초라하기 짝이 없는 군산공항(국내선 전용)이 전부인 전북 지역에선 버젓한 국제공항 하나 갖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다. 실제로 김대중정부 시절엔 김제국제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토지확보까지 끝냈었다. 하지만 국제공항을 짓기엔 항공수요가 미치지 못한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졌고, 2003년 이후 김제공항 건설은 기약 없이 보류된 상태다.

무안에서 새만금까지 자동차로 가면 1시간반 정도 걸린다. 청주에선 2시간 조금 더 소요된다. 만약 김제든 군산이든 새만금 일대에 신공항을 지으면 반경 2시간 남짓 거리에 국제공항이 세개가 된다. 이미 있는 두개 공항도 활주로가 텅 비어있는데 그보다 큰 공항을 하나 더 짓겠다고 하니, 아무리 장래 중국수요 확대를 대비한다고 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자칫 무안 청주 새만금 세개 공항이 다 죽을 수도 있다. 문 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로 들끓고 있는 충북지역 여론을 그저 지역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일 수도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 국제공항은 모두 8개. 인천 김포 제주 김해는 익숙한 공항이고, 무안 청주 외에 대구와 양양도 국제공항이다. 이 중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은 문을 연지 1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닷새는 쉬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딱 한 편씩 비행기(양양-푸동)가 오가고 있다.

지방 국제공항 상당수는 정치적 시설물이다. 국토균형개발이나 중장기 항공발전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여졌지만, 실은 '왜 우리만 국제공항이 없나'는 지역의 거센 압력이 선거를 통해 수용된 결과다. 애초 경제성이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터라 인천 김포 김해 제주를 뺀 지방공항들이 모조리 적자를 내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새만금국제공항은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공산이 크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있으니 전북에선 그렇게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직접 국정을 운영해본 그가, 과거 대선후보였고 지금도 대통령을 꿈꾸는 그가 국가적 그림 대신 지역민심에나 편승하려 했다는 게 실망스러울 뿐이다.

이성철 부국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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