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훈풍 당정청관계 시험대, 15일 고위급 회의가 1차 고비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공론화에 나섰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권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청와대까지 나서 사드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당정청 관계도 시험대에 놓이는 듯한 양상이다.
靑, 사드 공론화 부정적… 유승민 “예정대로 의총서 논의”
청와대는 11일 사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론화 요구를 일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3 No’”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토론’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의원총회에서 토론하겠다”며 “중요한 안건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청의 입장 차이는 사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차에서 기인한다.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는 사드 공론화가 오히려 정부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익명의 원내부대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말을 한 뒤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면서 “당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정부가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나 외교라인, 당내 친박주류는 사드 도입 필요성과는 별개로 “권한도 없는 국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해서 국익에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논의할 문제를 여당이 나서서 공론화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 원내대표의 개인적 소신은 인정하지만 집권여당의 원내수장이라는 위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비박계 지도부, 당청관계 주도권 확보 위해 선공”
유 원내대표가 민감한 외교현안 중 하나인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선 데 대해 당 안팎에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당 입장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경제ㆍ복지분야는 좌클릭을 하더라도 외교ㆍ안보ㆍ국방분야만큼은 ‘집토끼’를 확실히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여권 내에서 당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핵심당직자는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번복 논란 등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때문에 우리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전멸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면서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충분한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를 청와대와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불협화음은 15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차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사드 문제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공개적으로 ‘3No’ 입장을 밝힌 청와대가 동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의제 선정 문제에서부터 당정청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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