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상 차림이 확 달라졌다. 이제껏 국민들을 식상하게 했던 맵고 짠 정치 밥상이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 경제 살리기 중심으로 밥상을 차리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여당이 주야장천 밥상에 올려온 경제살리기 메뉴는 군내 나는 묵은 김치 비슷한 느낌을 준다. 반면 새롭게 선 보이는 야당식 경제살리기 메뉴는 요즘 밥상에 오르는 봄동무침처럼 일단은 상큼한 느낌이다. 야당의 밥상머리에 경제정당화 담론이 무성하고, 아예 식당 이름을‘새경제민주연합’으로 바꿔 달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 제1야당의 봄철 메뉴 개편은 문재인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경제 관련 일정으로 채운다. 어제는 작은기업 히든챔피언을 찾아 대전 유성의 축산분뇨처리시설 제조업체를 방문했다. 전날은 오전에 민주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경제정책 심화과정 공부모임에 참석해 경제 강의를 들었고, 오후에는‘소득주도 성장과 광주형 일자리’토론회에 참석했다. 그 사이에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주제로 간담회도 가졌다. 주 1회로 정례화한 경제공부 모임에는 계속 참석하기로 했다.
▦ 야당식 경제살리기의 포인트는 포용적 성장이다. 보수의 독점 담론인 성장을 야당이 받아들인 것 자체가 신선하다. 문 대표가 주장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은 포용적 성장의 구체적 방법이다. 최저임금ㆍ생활임금 현실화, 통신비인하 등을 통한 가처분소득 늘리기 등을 통해 성장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조세개혁과 보편적 복지 정착도 내수증가를 성장으로 연결시킨다는 발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 하지만 야당판 경제 살리기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은 큰 틀만 있고 구체적 방안들은 모색 중이란다. 집단지성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를 출범시킨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 등 공감세력이 상당하지만 어깃장을 놓은 강경파도 있다. 일시적 신선함만으로 국민의 입맛을 오래 붙잡기는 어렵다. 야당식 경제살리기 메뉴가 정부여당이 제공해온 경제활성화, 경제살리기를 대체하는 야당의 간판 메뉴로 정착할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정당으로 탈바꿈할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문재인 주방장의 역량에 달렸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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