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를 관리·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 측이 사고 전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 미만으로 떨어진 사실을 알고도 저속운행 유도 등의 자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신공항하이웨이의 하청업체 S사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11일 오전 4~8시 사이 기상청으로부터 시정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통보를 이메일로 4차례 받았다. S사는 영종대교를 포함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순찰과 관제 업무를 맡고 있다.
통상 기상청의 통보는 오전 4시와 오후 4시에 2차례 이뤄지지만 이날은 오전에만 4차례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기상이 나빴다. S사 순찰요원도 무전으로 “가시거리가 100m가 안 된다”고 교통센터에 알렸다. 영종대교 폐쇄회로(CC)TV나 기상정보시스템상으로도 짙은 안개가 확인됐지만 신공항하이웨이 직원인 교통센터장 등 감독자에게는 이 같은 사실이 보고조차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영종대교 인근은 작년 한 해에만 36일 정도 안개(가시거리 1,000m 이하)가 낄 정도로 안개가 잦은 곳”이라며 “이 때문에 하청업체 직원들은 전광판을 통해 20% 감속 운행 권고만하고 보고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사 직원들은 가시거리가 100m 미만이면 50% 감속 운행을 권고해야 하는 신공항하이웨이의 자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순찰요원을 현장에 배치하고 저속운행을 유도하는 등의 매뉴얼도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신공항하이웨이와 S사 직원들이 시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도 사전에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등 다른 안전사고의 수사 사례와 판례를 분석 중이나 자연재해인데다 (다중추돌사고 발생시) 도로 관리 주체를 입건한 사례가 없어 수사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지점별로 나눈 1~3그룹 중 앞 쪽인 1, 2그룹에선 사고 당시 과속 기준인 시속 70㎞ 이상으로 달렸던 차량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당초 과속한 것으로 추정됐던 최초 사고를 낸 관광버스도 시속 70㎞ 이내로 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 2그룹 운전자 13명을 도로교통법상 안전 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처벌하고 도로교통공단 등의 감정이 끝나는 대로 3그룹의 가해 운전자도 특정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폭우, 폭설, 짙은 안개 등 악천후 상황일 때 적당한 제한속도를 전광판 등을 통해 알려주는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상반기 중 영종대교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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