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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세계 충돌 흑백대비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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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세계 충돌 흑백대비로 부각

입력
2015.03.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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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의 마법이 시작됐다. 10일 국립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 리허설은 구세계와 신세계가 교차되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을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무대를 통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대표작 ‘안드레아 셰니에’는 사실주의 오페라의 수작으로 꼽힌다. 프랑스혁명에서 투쟁하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실존 시인 앙드레 셰니에(1762~94)를 주인공으로 대혁명의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그 위에 귀족의 딸 맏달레나와의 비극적 사랑을 허구로 버무려놓았다. 셰니에가 1막에서 귀족들의 방탕한 생활을 통렬하게 지적하며 부르는 아리아‘즉흥시’는 그가 쓴 시‘정의의 찬가’, 4막 최후의 아리아‘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은 마지막 시를 각색한 것이다.

“오페라는 음악을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종교에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연출가 포다는 사실주의 오페라라는 세간의 해석을 뒤집는다. 연출뿐 아니라 무대, 조명, 의상, 안무까지 오페라의 모든 걸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흑백 대비를 통해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을 부각했다.

새하얀 무대 위 계단과 벽 곳곳에는 금이 가 있다. 프랑스혁명의 후유증을 상징하는 무대세트다. 혼란스러운 사회를 사는 이들은 죽음을 암시하는 검은 옷을 입고 태엽감긴 인형처럼 춤을 춘다. 자아를 잃은 귀족들은 하나 같이 흰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80여명의 합창단과 30여명의 연기자ㆍ무용수가 동원돼 꽉 찬 무대는 화려하면서도 간결하고 세련돼 보인다.

무대 곳곳에도 상징적인 조형물이 배치된다. 과장된 샹들리에는 프랑스혁명 전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을, 거대한 거미상은 혁명 이후 척박한 상황을 암시한다. 낡은 세계에도 신세계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셰니에의 영혼은 어두운 그늘로 표현된다.

플라시도 도밍고도 반음을 낮춰서 부른 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오리지널대로 부른 테너 박성규가 윤병길과 함께 안드레아 셰니에 타이틀롤을 맡았다. 박성규는 원음을 지키려 한 탓인지 1ㆍ2막에서 뻣뻣하게 선 자세로 노래해 아쉬움을 남겼다. 셰니에를 질투하다 회개하는 카를로 제자르 역에는 한명원과 더블캐스팅된 루치오 갈로의 시원한 가창력이 오히려 돋보인다. 지난해 3월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공연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대신 주역인 아드리아나를 노래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고현아가 김라희와 함께 맏달레나 역을 맡았다. 작품의 대표 아리아인 ‘엄마는 돌아가시고’ 열창이 일품이다.

12~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6399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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