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패널 여기저기 얼굴 내밀어… 퇴물 정치인·물의 방송인 재기 발판
해도 너무 한다. 돌려 막기가 도를 넘었다.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시청하다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 강용석씨가 대표적이다. 11일 TV편성표만 살펴봐도 혀를 차게 된다. 밤 9시40분 ‘유자식상팔자’(JTBC)에 이어 밤 11시 ‘강적들’(TV조선)에 출연했다. 오후 8시40분 ‘강용석의 고소한 19’와 밤 11시 ‘수요미식회’(이상 tvN)까지 포함하면 수요일은 가히 ‘강용석의 날’이다. 강씨는 목요일 ‘썰전’(JTBC)도 진행하고 있다. ‘종편의 유재석’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이 종편에서 번쩍, 저 방송에서 번쩍하는 출연자는 강씨만이 아니다. 방송인 박종진씨는 ‘강적들’과 ‘대찬인생’(TV조선)에 고정출연 중이며, 정치평론가 이봉규씨도 ‘강적들’과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TV조선)에 나온다. 이들 말고도 종편이 유독 사랑하는 패널은 많다. 인기인들의 겹치기 출연은 방송가의 오랜 관습이지만 종편의 편애는 말도 많고 탈은 더 많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뒤따르고, 전문성 없이 그릇된 정보 전달과 막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라제기 기자(라)=재방송까지 포함하면 강씨 출연 프로그램이 종편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이미 종영한 프로그램(‘크라임씬’)까지 포함하면 JTBC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강씨의 이니셜을 따서 JTBC를 KTBC라는 우스개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버드대 출신의 변호사, 말실수로 나락에 떨어졌던 엘리트라는 이력이 종편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인가?
고경석 기자(고)=결국 출연자 결정은 인지도에 따른다. 어떤 식으로든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고 사회적 위치도 있으니 밉상이어도 출연이 잦은 것이다. 가끔 웃기는 말도 하고.
라=재방송까지 포함하면 너무 자주 봐서 질린다. 종편은 그래도 의무전송채널인데 일인방송국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 사람이 지나치게 나오는 것은 공공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강은영 기자(강)=종편이 강호동이나 유재석 정도의 인기 진행자를 데려올 정도가 못 되니 그렇다. 종편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에게는 아예 출연 제의도 안 한다고 한다. 돈도 돈이지만 그들이 이미지를 고려해 종편에 출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 횟수가 늘면서 강용석씨 몸값이 최근 꽤 올랐다고 한다.
라=함익병씨는 피부과 의사인데 ‘강적들’에 출연할 때 정치이야기를 하더라. 나름 공부는 했겠지만 현대사를 연구한 학자처럼 구는 게 위험했다. 아무리 시사보다 예능을 강조하는 시사쇼라지만 깊이가 떨어진다.
강=출연자가 대본을 읊는 수준이 많다. 단지 엘리트층이라는 이유로 정치를 논한다. 확인 안 된 내용을 말해도 권위가 생겨 사실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요즘엔 종편의 시사나 보도프로그램에 변호사들 출연이 늘었는데 이 점도 문제다.
라=한달 출연료가 1,000만~2,000만원인 패널도 있다고 한다. 종편 방송사를 빨리 오가려 운전기사까지 고용한 패널도 생겼다. 변호사들은 워낙 말들을 잘하고 법정에서 돌발상황을 많이 겪은 사람들이라 종편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강=종편은 보수성향의 변호사를 좋아한다. 성향이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는 출연 섭외를 잘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온 사람이 또 나오는 일이 되풀이된다. ‘여성은 투표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말로 비판 받은 함익병씨는 지상파TV에서 하차한 뒤 TV조선에 출연하게 됐다. 종편이 그의 부활 발판이 됐다.
라=이명박 정권이 종편 허가할 때 명분 중 하나가 고용증대였다. 퇴물 정치인이나 물의를 일으킨 방송인들에게 고용효과가 있다.
고=유명인 출신 방송진행자나 패널이 온갖 것에 대해 평을 다한다. 만물박사가 따로 없다. 연예와 정치, 법률,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담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따를 정도다.
라=믿거나 말거나 식 발언이 많은 것도 문제다. 시사 예능을 표방하고선 ‘아 그거 믿으셨어요? 웃으라고 한 얘긴데’식이다. TV조선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어떤 시사평론가는 김정은 암살을 다룬 ‘인터뷰’가 수입되지 않은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종북주의자가 많아서라는 식으로 평하더라.
강=‘카더라’ 방송을 하면서도 출연자의 직함 때문에 ‘카더라’가 ‘그랬다’로 바뀌기 싶다. 위험 수위가 높은 방송일수록 시청률이 제법 높게 나온다. ‘조윤선이 폭탄주를 들이키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경원보다 좋다’는 발언도 나왔다. 저비용 고효율이라 전문가 패널을 동원한 시사프로그램에 종편이 집착할 수밖에 없다.
고=비전문가가 건강과 관련해 말할 때 ‘패널의 발언은 본 방송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피해가기도 한다.
라=막장드라마처럼 번지고 있다. 불량식품이 몸에 안 좋다고 하면서도 먹는 것이랑 같다. YTN이 패널을 등장시키기 시작한 데 이어 지상파들도 종편의 이런 방송 경향을 따라가려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비판해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뭐 하는 기관인지 모르겠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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