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삼성 야구시범경기 선발
리그를 대표하는 두 왼손 투수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1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KIA의 시범경기에서다. KIA는 초대 ‘최동원상’을 받은 양현종이, 삼성은 ‘60억원 사나이’ 장원삼이 출격했다. 승패는 의미 없는 시범 경기, 둘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각각 달랐다.
◇첫 등판 양현종, 직구 테스트로 2이닝 퍼펙트
양현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실전 등판이 없었다. 캠프 막판에는 조기 귀국해 국내에서 몸을 만들었다. 매년 후반기만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말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 훈련도 제대로 못해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 올리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날 경기는 그래서 중요했다. 새로운 루틴으로 시즌을 맞이하는 에이스의 몸 상태에 다들 반신반의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 한 번쯤은 던져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양현종은 건재했다. 2이닝 무안타 무실점에 삼진을 2개 솎아냈다. 쌀쌀한 날씨에도 볼 끝은 묵직했고, 선수 자신도 잇따라 전광판을 보며 직구 스피드를 체크했다.
2이닝 동안 삼성 타자들은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우타자의 파울 타구는 1루 관중석 쪽으로, 좌타자의 파울 타구는 3루쪽으로만 향하는 등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28개의 공을 던지며 22개를 직구로 택한 양현종이 찍은 최고 시속은 145㎞. 시즌 때보다 5㎞ 정도 느렸지만 분명 위력적이었다.
양현종은 1회 지난해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1번 나바로와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도 오직 직구만 던졌다. 곧이어 2사 후 3번 박석민의 방망이를 부러뜨린 구종도 몸쪽 직구였다. 앞으로 양현종은 투구수를 늘리며 변화구 구사율을 높일 예정이다. 첫 등판에서 슬라이더 4개, 커브 2개를 던진 그는 체인지업은 아예 선보이지 않았다.
경기 후 양현종은 “밸런스 점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공을 던졌다. 추운 날씨였는데 나쁘지 않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양현종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해 했다.
◇장원삼, 정규시즌처럼
양현종과 달리 장원삼은 일찌감치 몸을 만들었다. 작년까지 직구 스피드가 좀처럼 140㎞을 넘지 않아 “올해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올인해 힘을 키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원삼은 전지훈련 연습 경기에서도 2경기 동안 7이닝을 던지며 차우찬(3경기 8이닝)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0. 일본 소프트뱅크 정예 멤버를 상대로 4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요미우리전에서도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은 홈런 한 방이 아쉬웠다. 4이닝 동안 55개의 공을 던진 그는 0-0이던 3회 1사 1ㆍ2루에서 3번 브렛 필에게 좌월 3점포를 얻어 맞았다. 포수는 몸쪽으로 붙어 앉았지만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 갔다. 그래도 나머지 이닝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넘겼다. 직구 30개, 슬라이더 15개, 체인지업 8개, 커브가 2개였다. 정규시즌과 비슷한 볼 배합이다. 경기 전 “오늘은 50개 정도 던질 예정”이라고 밝힌 장원삼은 5회부터 신용운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발 장원삼이 등판 일정 때문에 추운 날 던지느라 고생했다”면서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스피드가 조금 더 올라올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항=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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