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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 죽음 내몬 추정소득의 덫 곳곳에

입력
2015.03.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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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개선안 등 여전히 문제점

지난해 2월 송파구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세 모녀가 주인집에 남긴 마지막 쪽지.
지난해 2월 송파구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세 모녀가 주인집에 남긴 마지막 쪽지.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가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등을 통해 비수급 빈곤층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최소 보험료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절대빈곤층에게 고액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반면, 자산가나 연금 소득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편입해 무임승차 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퇴임한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송파 세 모녀는 성ㆍ연령 및 전월세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지역가입자 부과체계에 따라 소득이 없음에도 매달 5만140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자신은 수천만원의 연금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졌음에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며 현행 건보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 건보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 직장 가입자는 월급 외 소득이 7,200만원을 넘으면 추가 건보료가 부과되는데, 재산 소득이 있어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면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편입조건은 ▦이자ㆍ배당소득 합 4,000만원 이하 ▦사업소득 없음 ▦근로ㆍ기타소득 합 4,000만원 이하 ▦연금소득 4,000만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계 9억원 이하로 기준이 엄격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송파 세 모녀처럼 연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들은 성별ㆍ연령ㆍ재산ㆍ자동차를 점수화해 소득을 추정, 보험료를 매기는데 실제로 없는 소득을 추정하는 방식이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가 두 번 매겨지는데,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이중부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건보공단의 2014년 집계에 따르면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은 153만8,000명이며 체납 보험료는 2조4,563억원에 달했다. 이중 105만 세대 가량을 생계형 체납자로 파악하고 있는데, 6개월 이상 체납하면 건보 혜택이 중지되기 때문에 이들은 당장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

연말정산 파동에 놀란 정부가 건보료 개편 백지화를 발표했다가 재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한바탕 소동 끝에 건보 개편 작업은 늦춰지고 있다. 지역-직장 가입자 차별과 경제형편에 맞지 않게 부과되는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는 개선안 마련을 고심 중이지만 여전히 허점은 많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의 최종안을 두고도 기존제도보다 ‘역진적인 서민 증세’라고 혹평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현재 1만5,000원 이하 보험료를 내는 세대가 12%인데, 준비중인 개선안을 보면 기본보험료가 1만6,000원으로 오르는 등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지난해 발표한 개편방안은 소득만을 반영한 건보료 부과체계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 성격을 띠고 있어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례에 비춰봐도 소득에 건보료를 매기는 게 원칙이지만, 국세청의 소득 파악률이 낮은 우리나라 현실상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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