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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 가는 서울·평양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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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 가는 서울·평양 건축물

입력
2015.03.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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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한반도 오감도' 귀국전

'한반도 오감도' 전시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반도 오감도' 전시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평양 도심 사진. 녹색 기와지붕을 한 인민대학습당 앞으로 김일성광장이 펼쳐져 있다. 양 옆에 선 건물은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한국미술관이다. 강 건너 주체사상탑도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평양의 중심가는 북한의 핵심 건축가였던 김정희의 철저한 도시계획 하에 사회주의 국가의 계몽적 유토피아를 실현한 장소다. 나란히 놓인 사진 속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에서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이 보이지만 거대한 호텔과 기업 본사 건물들이 시선을 가린다. 우후죽순 치솟은 건축의 힘은 결국 자본의 논리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남북한 건축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되짚어본 조민석ㆍ배형민ㆍ안창모의 한국관 전시 ‘한반도 오감도’전에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이 전시가 11일부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열린다.

서울과 평양의 건축물에는 각기 다른 이념적 이상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2년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모습을 접한 박정희 정권이 이를 본떠 세종문화회관을 동양적으로 만들라고 요구했고 설계를 맡은 건축가 엄덕문이 이에 반발해 전통 건축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남한 건축을 상징하는 인물로는 김수근이 선정됐는데 그의 건축물 중 세운상가가 대표작으로 제시된 것이 아이러니다. 김수근은 세운상가가 근대 문명의 활기를 상징하는 건물이 되길 바랐지만 실제로는 정치와 자본의 개입으로 엉망으로 지어졌다. 결국 김수근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는 실패작이자 도심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현대 한국의 건축은 세운상가가 상징하듯 거대한 실패를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분단의 유산인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자연 친화적인 조경 기획을 내놓는 등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모형 세운상가 바로 위 천장에 걸린 사진은 건축가들의 이상을 말하는 듯하다. 1980년 10월 도쿄에서 열린 세계건축사연맹(UIA) 아시아총회 때 남북한 건축가들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는 사진이다. 전시 5월 10일까지.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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