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적 행위"… 공방 가열
“대통령을 무시하고 미국에 해가 되는 행위다.”(민주당)
“확실한 핵 협상을 위한 충정이다.”’(공화당)
미 공화당 의원들이 미 정부와 이란 간의 핵협상을 비판하면서 2016년 대선에서 집권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합의안을 폐기할 수 있다는 공개서한을 이란 지도부에 보낸 것을 놓고 미국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0일 성명에서 “상원에 몸담은 36년 동안 상원의원들이 다른 나라, 그것도 오랜 숙적 국가에 직접 조언을 하는 서한을 보낸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서한은 미국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그릇되면서도 위험천만한 메시지를 우방과 적국에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 군사위의 톰 코튼(아칸소) 의원 등 공화당 소속 47명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에게 보낸 편지가 오바마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일부 의원이 이란 내 강경파와 이란 핵협상 결렬이라는 공동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게 다소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이상한 연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백악관 내부에서는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인정하건 말건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고 의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도 “협상을 방해하려는 노골적이고 뻔뻔하며 당파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공화당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코튼 의원은 이날 여러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력을 약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용인할 수 없는 합의안이라면 이를 비준하지 않겠다는 점을 이란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이 선택할 길은 명료하고 단순하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순순히 국제 사찰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의 대권 주자인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이날 상원의원 아닌 정치인이나 공직자로는 처음으로 서한에 서명했다. 이번 서한에는 대권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랜드 폴(켄터키), 테드 크루즈(텍사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공동 서명한 상태다.
한편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한에 서명하지 않은 7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한 명인 밥 코커(테네시) 외교위원장은 “협상 타결 성취를 위한 초당적 노력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전임자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후임자가 깨지 않는 미국의 오랜 관행을 깨는 것”이라며 “동맹국을 불신에 빠뜨려 미국 외교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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