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달리 소형업체들이 담당… 관리비·주차환경 등 꼼꼼히 살펴야
서울 동작구 사당동 C아파트(60㎡)에서 전세(2억1,500만원)로 살고 있는 전모(40)씨는 내달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2년 사이 전세가 2억5,000만원까지 뛰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출을 추가로 3,000만원 이상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임대비용을 올려주느니 차라리 전셋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신규 연립주택을 찾아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전씨가 알아본 지하철 남성역 인근 연립주택은 매매가가 2억7,000만원(80㎡)으로 전세 아파트보다 넓고 무엇보다 지난해 말 준공되어 살던 아파트(준공 1995년)보다 환경이 좋다. 전씨는 “전세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한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고 그대로 사는 것과 비교해 그다지 금융비용이 비싸지 않다”라며 연립 매입과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놓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아파트 전세난이 날로 심화하면서 전씨처럼 다세대ㆍ연립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의 집계에 따르면 2013년 소형 아파트(60㎡이하) 거래량은 1만5,400가구에서 지난해 2만200가구로 31.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연립주택(60㎡이하) 거래는 1,800가구에서 2,600가구로 43.6%나 늘었다. 실수요자들이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에도 불구하고 비싼 아파트 전세를 포기하고 다세대ㆍ연립 매입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금을 빼 연립 주택을 구입할 때엔 주의할 점이 적지 않다고 충고한다. 비록 아파트 전셋값으로 어렵지 않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지만 매매거래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비와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자칫 미준공 등 분양 사고에 맞닥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 노리고 들어선 주택 아닌지 확인해야
구입하려는 연립주택이 다른 주택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위치해 있는지 ‘큰 그림’으로 미리 살펴보라는 조언이 많다. 연립주택들은 거주를 위해 매입하는 수요자들보다 재개발 등으로 인한 투자수익을 노리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심 노후지역 등에 군집해 세워지곤 한다. 일종의 ‘알박기’로 자리한 이 같은 주택들은 사실 재개발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값어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재개발 계획 실현이 계속 미뤄진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이들 주택이 들어선 경우가 많은데 정비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재개발은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되팔아야 할 시점에 매매가 안되어 고생할 수 있다”고 했다.
분양보증과 부동산 공제가입 여부 살펴야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주로 수십 가구 이하 소규모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건설사보다 소형 업체들이 시공 및 시행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파트보다 저렴하다지만 그래도 수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신규 연립주택의 경우 ‘과연 준공은 제대로 이뤄질까’라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20가구 이상 분양시 시행사는 분양보증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가 많아 자칫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릴 위험도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신규 연립주택의 준공 전 파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가 통상 1억원까지 분양사고를 보상해주는 공제증서를 갖고 있는지, 시행사가 분양보증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부동산 공제증서는 간혹 갱신하지 않은 상태인 것들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비용, 주차환경 직접 방문해 따져봐야
다세대ㆍ연립주택은 보통 건설사의 하자보수 보증기간 종료 후 발생하는 보수비용을 아파트처럼 주민들의 관리비로 대비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보수공사가 진행될 경우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 더불어 관리실과 경비인력을 따로 운용하지 않아 방범에도 취약하다는 맹점이 있다. 2002년 준공 이전 주택이라면 1가구 1차량 주택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주차난을 일상적으로 견뎌야 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계약에 앞서 직접 주택을 방문해 공용부문 비용이 매달 얼마나 들어가는지, 주차장 여유는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뛰어난 역세권, 자연환경 등 낮은 환금성을 보완할 장점을 한 두 개 찾을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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